'스탠딩토론'·'엄지척 인증샷'…달라진 선거 풍경
'문재인 1번가'·'안철수 유세 중계' 등 SNS 활용 이색 선거 운동도 '눈길'
2017-05-08 16:05:48 2017-05-08 16:06:3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 열린 5월 ‘장미대선’이다. 겨울에서 초여름으로 계절을 옮긴 이번 대선은 시민들의 가벼워진 옷차림 만큼이나 과거와는 다른 선거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조기 대선으로 예년에 비해 선거운동 기간은 짧아졌지만 선거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선거 유세 방법도 한층 더 다양해졌다는 평가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탠딩토론이 실시되는 등 TV토론에서 새로운 형식이 시도됐다. 총 세 차례 진행된 스탠딩토론은 각 후보들이 원고 없이 서서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하며 역량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유권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양자 대결이 아닌 5자 간 토론이 이뤄지면서 토론의 질적 측면에선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면서 사실상 ‘문재인 청문회’가 됐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 후보를 중심으로 한 후보 간 공방이 계속됐고, 특정 주제에 대해 서로 발언하겠다고 끼어드는 등 산만한 분위기에서 토론이 진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스탠딩토론 방식만으로는 효과적인 토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8일 “스탠딩토론의 원래 의미는 청중들하고 질의응답을 하며 자연스러운 토론을 하려는 것인데 그런 것 없이 단지 서 있는 것밖에 안 됐다”며 “스탠딩 자체 포맷만으로는 별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도 “정책이나 비전에 중점을 둔 토론으로는 불충분했다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평이지만 이게 서서 하느냐, 앉아서 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대선에서 또 달라진 점은 처음으로 사전투표가 실시됐다는 점이다. 지난 4~5일 이틀간 전국 3507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는 2013년 처음 도입돼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두 차례 실시된 적이 있지만 대선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부터는 투표 ‘인증샷’에 지지하는 후보의 선거 기호를 ‘엄지척’과 ‘브이’ 등 손가락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증샷 허용 범위를 넓게 잡아 사전투표를 독려했고, 민간에서도 자발적인 투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증샷을 남긴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상금을 주거나 상품 할인을 해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벌였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사전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인증샷을 활용한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사전투표 참여 촉구 캠페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촉발된 촛불 민심 속에서 사전투표에 26%가 넘는 유권자들이 참여했다. 전체유권자의 26.06%인 1107만 2310명이 투표를 한 것으로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꼴로 사전투표를 통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한 셈이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각 후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다양한 선거운동 방법도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달 17일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차용한 정책쇼핑몰인 ‘문재인 1번가’를 운영했다.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듯이 마음에 드는 정책을 골라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밴드 등 SNS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또 ‘베스트상품’과 ‘주문폭주’ 등 실제 쇼핑몰에서 인기상품에 붙어있는 문구를 적용해 흥미를 유발했다.
 
‘문재인 1번가’는 선거에 있어 정책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에 쇼핑 콘셉트를 결합해 자칫 어렵고 딱딱한 정책을 좀 더 대중에게 편안하게 알림으로써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양방향 정책소통을 이뤘다는 평가다. 홈페이지를 오픈한 이후 현재까지 310만여명이 방문했고, 총 1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SNS 온라인 생중계 방송을 통해 후보의 공약을 알리는가 하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선거 유세 활동을 실시간으로 보여준 것도 이번 대선에서 새롭게 보는 풍경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페이스북과 유투브에서 생중계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유세 현장은 큰 관심을 모았다. 이는 2007년 대선 당시 국내에 스마트폰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후보들이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형태로 선거 홍보물을 사전 제작한 것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 후보는 지난 4일 대구를 시작으로 8일까지 4박5일 간 도보 유세로 전국을 돌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기 어려운 ‘도보 유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생중계에 대한 호응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자 안 후보 측은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안 후보도 8일 도보 유세와 관련해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벌써 200만명 이상이 (유세과정을) 시청했고, 870만명 이상의 국민에게 제 마음이 전달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난 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시민들이 여의도에서 도보 유세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모습을 유세차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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