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다.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 개표가 이루어지기까지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은 마음을 놓치 못하고 있었다. 여론조사부터 언론보도까지, 투표용지부터 개표방법까지 부정과 꼼수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을 이겨낸 당선보다도 당선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 투표가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것만으로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현실을 딛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려면 걸림돌이 너무 많다. 기대는 높고 열망은 크다. 재기를 노리는 적폐세력은 여전히 발목을 잡으려 준동할 것이다. 선거 때 드러난 일부 골수 지지자들의 반민주적, 전체주의적 사고를 경계하는 이들도 많다.
노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 갖은 비리와 무능에도 뽑힌 대통령이 나라를 망가뜨린 데 대한 분노. 갖은 불법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 국방부의 건재. 부정한 권력에 짓눌려 철저한 처벌을 이루지 못한 검찰과 법원. 여전히 권력과의 거래를 통해 분탕질을 지속하려는 썩은 언론까지 걱정과 울분의 소재는 너무도 많았다.
옳고 그름을 외면한 채 출세와 보신에만 급급한 공직자들의 지록위마. 진리와 진실에 대한 열망보다 자리와 이권을 추구하는 지식인들의 곡학아세까지. 켜켜이 쌓인 폐단과 폐습이 대통령의 파면으로 이어졌어도 야욕을 버리지 못하는 무리는 도처에 널려있다. 어쩌면 이 모든 적폐들이 지지자들의 분노와 열정을 낳았을 것이다. 그 분노와 열정이 때론 가차 없는 공격성과 앞 뒤 없는 음모론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지도자란 그 모든 것을 담아내 새로운 세상을 열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다행히 정권은 교체되었다. 이젠 당선을 통해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가 더욱 어려운 일로 눈 앞에 놓여있다. 그 길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는 무엇보다 외교 안보가 될 것 같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무엇보다 신중한 선택과 현명한 결단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참여정부의 인사실패를 충분히 복기하고 성찰하시길 바란다. 본인이 인사검증을 맡는 민정수석을 거쳤으니 더욱 그렇다. 김장수, 김관진, 남재준, 김만복, 반기문, 송민순을 발탁하여 외교안보의 중책을 맡겼던 정권에서 일한 경험이 부디 시행착오를 줄여 적재적소의 인사로 이어지길 바란다.
따지고 보면 다른 분야에서도 인사실패는 너무도 많았다. 선거 국면에서 문캠프에 들어간 이들조차 당시의 잘못을 은폐하는데 관여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옥석을 가리기도 쉽지 않을 터이다. 하물며 선거 후의 논공행상 과정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자기 몫을 내어 놓으라 떼쓰는 모리배들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북한과 지역감정 이용해서 다시 권력에 접근하려는 자들은 문재인의 시대를 통해 확실히 청산되기를 바란다. 입에 발린 소리로 통일과 서민을 이용하는 자들도 확실히 퇴출되기를 바란다. 그 바탕 위에서 올바른 법을 만들고, 권력의 농간에 춤추지 않는 수사와 사법을 통해 정의가 구현되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어느 집단도 정의와 진실을 독점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도 확실히 새겨지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경쟁보다 배려, 차별보다 존중이 앞서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 모든 것을 이루는 정치의 정점에 밝은 눈을 갖고 제대로 된 인재를 갖춘 대통령이 굳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뛰어난 지도자는 모든 일을 혼자 이루지 않았다. 제일 유능하고 명석해서 지도자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인사야 말로 만사라고 했다. 대통령의 고민과 결정에 진솔하고 유익한 충언을 할 수 있는 이들만이 새시대를 함께 열어갈 자격이 있을 것이며, 대통령과 함께 하는 이들을 통해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가 함께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이번에는 이상한 자들에게 속아 자리를 내주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변명도 절대 다시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 능란하되 요란하지 않고, 능숙하되 교활하지 않은, 진짜 프로들이 모여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실제로 구현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 문재인이 보여준 진솔함, 소박함, 진중함, 따뜻함이 단호함, 명석함, 유려함, 유연함으로 꽃피워지길 바란다. 그래서 대통령을 생각하고 내각을 생각하면 절로 안심이 되는, 사람 자체로 믿음이 되는 그런 정부가 세워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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