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뇌물사건과 병합 말아달라"…공소사실도 모두 부인
재판부 예단 우려·방어권 침해 논리 내세워
2017-05-16 13:47:18 2017-05-16 17:17:37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592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뇌물사건과 분리해 심리해달라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의 심리에 예단·편견을 줄 수 있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원칙에 위배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유지가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2회 공판 준비기일에서 “최씨 뇌물사건과의 병합 심리는 부적절하므로 병합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심리를 병합한다는 건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공동피고인 전원에 반대 신문권이 보장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특검과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별개 취급돼야 하며 특검의 직무 범위는 특검법에 따라 공소유지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이 박 대통령 사건의 증인 신문에 대해 반대신문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이 한 증인 신문이 박 전 대통령 사건에 어떤 효력이 있는지 확정돼야 한다"며 "최씨 뇌물 사건과의 병합은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최씨 사건이 진행 중간에 병합되면 방어권이 침해된다고도 말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특검과 검찰이 각각 기소하고 같은 재판부에 배당된 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라며 “피고인 입장에 따라 증인에 대한 증거 인부와 동의 여부, 증인신문 각도도 달라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두 사람의 공소사실과 증인이 일치하며, 최씨 사건은 한 달가량 재판이 진행돼 신문한 증인이 많지 않다”며 “특검과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병합한 전례가 있다”며 병합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병합 심리 여부를 검토한 뒤 최종 판단을 1회 공판기일에 고지할 방침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공소사실 모두에 대해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그룹 관련 뇌물수수, 롯데그룹 관련 제3자 뇌물수수, SK그룹 관련 제3자 뇌물요구,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혐의 모두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추후 밝힌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 이유로 매주 4번의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재판부가 병합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그날 삼성 뇌물 사건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유영하(왼쪽), 이상철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뇌물 등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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