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재검토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직무급을 비롯한 새로운 방식의 임금체계 도입이 불가피하게 됐다. 직무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임금수준이 결정되는 현행 임금체계는 기관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기관, 국책연구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수준이 결정되는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된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하위직급에 대해선 호봉제(연공급)를, 상위직급에 대해선 연봉제를 적용하는 기관도 있지만 여전히 기본급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마저도 이사회의 일방적인 의결, 성과 평가지표 미흡 등 절차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새 정부 들어선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하지만 성과연봉제가 폐기된다고 해도 기존의 임금체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생산성과 비례하지 않는 임금수준, 경직된 조직운영 등 부작용이 크고 근본적으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평가연구팀장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우선 임금수준을 어디에 맞출지 결정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선 기존 정규직 임금체계 안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업무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임금을 정규직에 맞추면 기존 정규직의 반발, 형평성 논란, 인건비 급증이 불가피하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인천공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자회사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도입이 용이한 임금체계는 직무급제다. 직무급은 직무의 내용, 난이도, 책임 정도, 요구 기술 등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부서나 업무영역이 늘어나면 거기에 맞는 직렬·직무를 신설하고 임금수준을 새로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무리가 적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꾸겠다고 확정된 건 없지만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기본적인 방향은 정부가 정하되, 기관별 노사 협상을 통해 각 기관에 적합한 임금체계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기본급과 직무급의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오랫동안 호봉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급에도 직무별 시장임금을 반영하는 미국식 완전 직무급제는 단기적으로 도입이 어렵다. 특히 직무에 따른 임금 변동폭이 커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는 데에도 무리가 따른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는 선에서 기본급의 비중을 낮추고 직무급의 비중을 높이는 변형 직무급제다. 이 과정에서 직무급이 낮게 설정돼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성과급을 통해 감소분을 보전할 수 있다. 우리처럼 임금체계가 연공급 위주였던 일본도 일본식 직무급이라 불리는 역할급제를 도입했다.
라영재 팀장은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 중 완전 직무급제가 운영되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대부분 기본임금을 두고 직무와 직책 등에 따라 수당을 차등하고 있다”며 “단 임금체계를 바꾸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일정 부분은 기존 정규직들의 양보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월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공직사회 성과연봉제 전면폐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성과연봉제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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