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면서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건설업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동참하겠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달리 건설업계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30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는 '정규직 전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 중이다. LH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올 1분기 기준 1304명, 별도로 청소·경비 등 파견과 용역을 포함한 간접 고용 직원은 876명이다. LH는 TF 검토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LH의 정규직 전환 검토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 깊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질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지자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점차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계절적 요인과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상 현장 중심의 단기 고용은 불가피하며, 최근 국내외 건설 경기 악화로 정규직 비중을 크게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상위 10대 건설사들은 비정규직이 10명 중 2~3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은 전국에 수천개에 이르고 유지 기간도 짧게는 2년 정도의 스팟성 형태라 현장 채용 인력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직원은 "보통 본사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들이 현장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며 "건설업 특성상 협력업체가 교체될 수도 있어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계청은 건설업 비정규직 근로자가 10명 중 5~6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51.9%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산업 평균 32.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차이점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통계청은 현장의 흔히 비정규직 약자라고 일컫는 일용직(기능인력)까지 모두 포함해 조사한 것"이라며 "건설사 분기보고서에도 통계청 기준을 적용한다면 10대 건설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하게 건설업의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고용의 안정성과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는 차원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적용 방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충해 건설업의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자는 주장 등이 제기되고 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며 "단순히 정규직 전환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질적 측면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 건설업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지구 농생명용지 매립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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