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가 1조3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KT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SK텔레콤, LG유플러스 순이었다. 다만 KT의 내부거래는 감소세인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뉴스토마토>가 이통사들이 공시한 대규모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KT의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은 7809억원으로 다른 이통사 2곳을 합한 금액보다 많았다.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4.59%로 3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2012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 규모는 30% 넘게 줄었다. 2014년 취임한 황창규 회장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내부거래도 자연스레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의 내부거래 매출은 KT의 절반 정도인 3851억원이었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2.50%에서 지난해 3.1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금액도 3087억원에서 3851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만 8.84% 급증했다.
LG유플러스의 내부거래 비중도 매년 증가세다. 2012년 1371억원에 불과했던 계열사간 매출이 지난해 1678억원으로 22% 넘게 급증했다. 전체 회사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7%로 이통 3사 중에서는 가장 낮았다.
이통사들의 내부거래는 대부분 자회사를 통한 단말기 판매나 통신망 대여, 사무실 임대 등에서 발생했다.
KT는 유·무선 통신 상품 판매 자회사인 KT M&S로부터 단말기 판매와 부동산 임대 명목으로 지난해 1140억원을 받았다. 케이티스, KT CS, KT엠모바일 등과도 비슷한 방식으로 각각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및 인터넷(IP)TV 사업자 SK브로드밴드에 네트워크 임대로 인한 매출이 약 162억원으로 가장 컸다. SK플래닛과는 데이터 판매 수익과 서비스 운영 대행 등으로, SK텔링크와는 무선망 임대 등으로 각각 102억원, 153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사업을 진행하는 자회사 미디어로그에 통신망을 임대하고 197억원을 받았으며, LG전자 가전제품 판매 계열사 하이프라자로부터 단말기 판매 대금 등으로 1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유플러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다른 회사들보다 낮은 이유는 초고속인터넷 및 인터넷(IP)TV 사업 등을 계열사를 통해서가 아닌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수의계약으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자회사는 다시 협력사에 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향후 차세대 네트워크인 5G 통신망 구축을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어 정부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최근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독과점이 고착된 이동통신 분야를 ‘우선 개선’ 분야로 지목한 바 있다.
한편, 이통사들의 계열사 채권 보유 현황에서도 KT가 지난해 말 기준 109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해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SK텔레콤의 계열사 채권은 2015년 448억원에서 지난해 712억원으로 60% 가까이 급증했으며, LG유플러스도 지난해 말 기준 441억원으로 힌 해 전보다 26% 늘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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