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SK텔레콤이 해외에 설립한 투자법인 2곳에 대해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성과가 부진한 해외 자회사를 정리하고, 대신 차세대 네트워크 5G 구축 등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케이만군도에 설립했던 벤처투자 법인 2곳에 대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지분 100%의 YTK 인베스트먼트와 88.9%의 글로벌 오퍼튜니티즈 브레이크어웨이 펀드(GOBF)가 청산 대상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케이만군도에 보유한 투자 회사는 아틀라스 인베스트먼트(Atlas Investment)와 아틀라스를 통해 투자한 SK텔레콤 차이나 펀드(SK Telecom China Fund)만 남게 됐다.
YTK와 GOBF의 청산 작업은 현지 회계법인 딜로이트케이만이 맡았다. 딜로이트케이만은 SK그룹이 공동 투자한 하빈저 차이나 드래곤 펀드(HARBINGER CHINA DRAGON INTERMEDIATE FUND) 청산 작업을 담당했던 곳이다. SK텔레콤 자회사 SK플래닛도 싱가포르에 설립했던 SK플래닛 글로벌 Pte에 대한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투자와 정리가 반복된다”며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최근 해외 투자 법인들을 잇달아 청산하는 이유로는 부진한 사업 정리 이외에도 5G 네트워크 구축 등 국내 투자 확대가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5G 이동통신망 구축에만 총 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정호 사장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과 함께 역점사업으로 진행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조성 투자금 5조원을 포함하면 향후 3년간 총 투자금액이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SK텔레콤이 BMW와 개발한 세계 최초 5G 커넥티드카 'T5'. SK텔레콤은 20G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고 기지국-단말간 1000분의 1초로 상호 통신하는 5G 시험망을 지난해 BMW 드라이빙센터에 구축했다. 사진/뉴시스
SK텔레콤은 특히 5G 시범서비스를 연내 마무리하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서 "5G 구축을 위해 관련된 글로벌 장비 업체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2019년 5G 상용화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를 앞두고 새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커지는 점은 부담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부채비율도 100% 미만일 정도로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만 통신기본료 인하를 견디면서 투자를 늘리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차세대 통신망 구축을 위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로부터 통신료 압박을 받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서 “결국 돈이 안 되는 해외 사업을 정리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재무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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