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입찰 눈앞으로…정유사들 고민
낮은 마진에 높아진 변수…정부 눈치도 '부담'
2017-06-08 16:55:52 2017-06-08 17:21:01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국 1200여개에 달하는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입찰을 앞두고 정유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낮은 마진과 높아진 국제유가 변동성에 큰 매력이 없음에도, 정부 눈치에 손을 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르면 이달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오는 8월 공급사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사전에 사업자 최종 선정을 마무리 짓기 위함이다.
 
알뜰주유소는 고유가 흐름을 보이던 지난 2011년 기존 주유소에 비해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출범했다. 한국석유공사의 대량구매를 통해 공급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때문에 정유사가 공급사가 되기 위해선 일반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낮은 액수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공급사 선정 방식도 최저가 입찰제다. 정유사 마진 역시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낮은 마진과 높아진 국제 유가 변동성에 새 알뜰주유소 공급사 입찰을 앞두고 정유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운전자가 국내 한 알뜰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변수가 커진 국제유가 역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 합의에도 유가가 하락하거나, 중동 지역정세의 불안 가중 등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심해진 만큼 향후 유가 흐름의 예측 역시 어려워졌다.
 
정유사가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될 경우 해당기간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영업활동 투자 없이 고정적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해외 수출로 돌릴 수 있는 물량이 묶일 수도 있다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일 경우 단점이 더 부각된다. 이는 정유사들이 긴 입찰기간을 꺼리는 이유다. 알뜰주유소 출범 당시부터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공급사로 참여 중인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현재 전체 내수 물량의 5% 정도를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낮은 마진율과 커진 변수에도 정유사들이 입찰 포기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이유는 알뜰주유소가 정부 주도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가 안정을 목표로 정부가 직접 사업에 뛰어든 상황에서 일반 기업이 해당 기조를 마냥 외면할 경우 자칫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납품 물량은 계약기간 동안 처음 정한 조건이 고정적으로 반영돼 최근처럼 변동폭이 큰 환경에선 단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입찰에 참여 정도는 해야 정부 눈치를 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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