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해 직접 나서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홍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21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에 대한 3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015년 7월7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을 만난 뒤 다음 날 이경직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을 부른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맞다"고 말했다.
특검이 "이 실장이 진술에서 당시 홍 전 본부장이 불러 사무실에 갔더니 '이 부회장을 만났는데 겸손하고 재벌 아들 같지 않더라. 삼성 합병 안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삼성 합병 찬성 결정을 하라는 톤으로 느꼈다고 진술했는데 맞나"라고 묻자 "제가 직접 찬성해야 한다고 말한 게 아니라 찬성 의견을 말하는 언론 보도 내용을 말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후 특검이 "이 부회장 면담 다음 날 삼성 합병 이야기를 꺼낸 자체는 맞느냐"고 되묻자 "네"라고 인정했다. 당시 홍 전 본부장의 합병 찬성 얘기를 들은 이 실장이 "회사 차원에서 삼성 합병 찬성으로 방향을 결정할 경우 직원들의 배임 혐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을 기억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2015년 7월10일 삼성 합병을 결정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12명 중 1명이었던 이 실장은 표결에서 기권했다.
홍 전 본부장은 특검이 "증인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 이는 곧 삼성 합병 찬성을 설득하겠다는 말 아니었나"고 묻자 "꼭 찬성이 아니라 기금운용본부 처지에서 찬성했을 때와 반대했을 때 영향이 있다. 위원들에게 여러 부분을 정확히 설명하고 제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특검이 "신승엽 리스크관리팀장과 한정수 주식운용실장은 진술에서 투자위가 열린 7월10일 당일 증인이 '잘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며 찬성을 요구했다는데 맞나"라고 묻자 홍 전 본부장은 "표현 자체는 기억이 안 나는 데 찬성하면 삼성 편들어주기가 될 거고 반대하면 엘리엇 편을 들어서 이완용 취급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잘 결정돼야 할 텐데'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해 1400억원대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특정경제범죄법 위반)를 받고 있는 홍 전 본부장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선고 공판에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삼성합병 찬성 압력' 혐의를 받고 있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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