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이통통신비 절감대책에서 기본료 폐지가 빠진 것을 놓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후퇴한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위 측은 “계속적인 논의 구조를 가져갈 것”이라며 공약 파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 4월11일 “한 달에 1만1000원씩 내는 통신 기본료를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과 사회 취약계층에게 돌려드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 유지·보수와 5세대(5G) 투자 여력을 위해 기본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통신사 영업이익이 수조원, 사내유보금도 수십조원”이라며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기본료 폐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국정기획위도 활동 초기만 해도 기본료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잡음이 일자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은 “공약 이행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미래부 업무보고를 ‘보이콧’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서 기본료 폐지가 빠지자 시민단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국정기획위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동통신에 기본료가 설정되어 있는 것 자체가 부당 특혜이며 망 설치비용을 모두 회수했으므로 이제는 기본료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서 2G·3G 기본요금제와 (단말기 가격) 분리공시, 원가 공개를 포함한 통신 소비자단체들이 요구하는 여러가지 제반 상황에 대해 계속적인 논의 구조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논의를 통해 기본료 폐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도 “분명히 말씀드린다. 기본료 폐지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도 국정기획위가 기본료 폐지공약 후퇴논란을 의식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이 위원장은 금년 하반기 중 노인(기초연금수급자) 대상 월 1만1000원 통신비 추가감면, 기존 감면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대상 1만1000원 추가감면에 대해 “2G·3G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인하 혜택이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329만명에게 최대 5173억원의 감면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절감대책을 통해서도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통신요금 인하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는 것이 국정기획위 측의 설명이다. 현행 20%인 선택약정 할인율이 25%로 상향될 경우 가입자 증가와 할인혜택 증가로 약 1900만명에게 1조원 규모의 요금할인이 예상된다. 이통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 혜택이 증가, 단말기 자급제 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무료제공 등의 조건을 담은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2570만명에게 총 2조2000억원의 인하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통신사에서는 비슷한 조건의 상품을 월 3만2000원 선에 제공하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과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는 참여연대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선택약정 할인율이 30%로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할인율을 최대 66.9%까지 적용한 곳이 있고, 우리나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고려해볼 때 이정도 수준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 등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이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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