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당국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보험사에게 올해 말부터 강화되는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를 1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는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책임준비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 교육센터에서 금융감독원, 보험회사 CEO 등 40명이 참여하는 보험권 국제회계기준 도입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단계적 책임준비금 추가적립 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이번에 강화된 LAT제도에는 부실화 우려가 있는 보험사에 대한 충격 완화 방안도 포함 됐다.
금융당국은 LAT제도를 통해 책임준비금을 원가로 평가하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해 부족액이 발생할 경우 추가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가 일시에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LAT를 활용해 사전에 보험부채를 시가평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LAT를 투트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정상적인 보험사는 단계적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하돼 개선된 LAT에 따라 재무상태가 현저히 악화될 우려가 있고 단기간 내 자본 확충이 어려운 보험사에 한해 경영개선협약을 맺는 조건으로 1년의 기간을 주는 것이다.
단, 1년이 지난 뒤 보험사가 경영개선협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원칙대로 즉시 부족액을 추가적립 해야 한다. 경영개선협약은 경영개선권고에 준하는 수준으로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를 대체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AT 강화에 따른 퇴출 보험사가 없도록 투트랙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며 "일정 요건이 돼야 신청할 수 있고 경영개선협약을 지키지 못하면 원칙대로 부족액을 적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LAT의 할인율도 단계적으로 하향해 책임준비금 추가적립 부담을 분산한다. 그동안 무위험 수익률과 보험사 자산 운용초과수익률을 합산하던 책임준비금을 강화된 LAT에서는 무위험 수익률에 유동성 프리미엄을 더한 것으로 변경한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할인율을 3년간 단계적으로 조정해 보험사의 부채부담 증가를 완화하기로 했다.
금리 역마진 위험액도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LAT 제도가 개선되면 이자율차손실이 준비금으로 추가 적립돼 지급여력(RBC)제도의 금리 역마진 위험액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LAT 적용 할인율이 시장금리 수준에 근접하는 정도를 고려해 2019년 50%, 2020년 100%로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또한, 책임준비금 추가적립액의 일부를 건전성 지표인 RBC 비율 산출 시 가용자본으로 인정한다. 책임준비금 추가적립에 따른 RBC비율 하락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의 위험관리를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선제적 자본확충을 지원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LAT 제도 개선에 따른 책임준비금 부담이 컸는데 금융당국이 업계의 건의 사항을 많이 수용해 다행"이라며 "LAT 투트랙의 경우 올해는 신청하는 회사가 없겠지만, 할인율이 점점 낮아지고 금리변동 폭이 커지면 유예를 신청해야 하는 회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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