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매시장의 열기는 뜨겁다.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의 한 대학교 강연장. 무더운 날씨에도 강연장에는 200여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초보 입문자를 위한 '부동산 경매 실전' 특강이 열렸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부터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층까지 부동산 재태크 강의의 일종인 경매에 관심을 가지며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부동산 경매에 대한 관심을 미루어 짐작케 했다.
강의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는 김모(50·여)씨는 "노후 대비책을 찾다가 부동산 경매라는 것을 알게 돼 지난해부터 남편과 함께 시간이 되면 가급적 현장 강의를 참석하는 편"이라며 "내년쯤 실전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매 강의가 처음이라는 이모(38)씨는 "살고 있는 집의 전세가가 계속 올라 고민 중"이라며 "신규 분양 대신 경매를 통하면 상대적으로 싸게 집을 매입할 수 있다고 들어서 참석했다"고 했다.
강연자는 다년간의 강의 및 다수의 경매 컨설팅 실적을 보유한 전문가였다. 현재 경매시장 동향부터 언급하기 시작한 그는 "강서구 아파트 경매 물건은 2013년 50건에서 현재 3건으로 줄었다"며 "실제로 쓸만한 물건들은 과거에 비해 거의 5분의 1~10분의 1 토막났다고 보면 돼 거의 (물건) 공급이 씨가 마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러운 점은 부실 채권이 증가하는 만큼 차후 경매 물건은 증가할 것"이라며 "그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후 이 강연자는 3시간여 동안 임장과 명도, 권리분석과 입찰에 대한 노하우를 통계와 경험 등을 소개하며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 그는 "임장(현장답사 활동)은 못해도 5번 이상은 가라", "여러번 유찰된 곳보다는 신건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 "물건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입지 분석", "상가는 가시성과 접근성, 공실 여부 꼭 확인해라" 등 핵심 포인트를 짚어줬다.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에 열중했다. 때로는 "명도가 어려운 상가로는 횟집과 나이트클럽, 룸싸롱", "외고나 서울대 근처가 교육환경이 좋다고 하는데 사실 자녀들이 외고와 서울대를 갈 수 있느냐부터 따져볼 일" 등 강연자의 농담에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반면 경매를 처음 접하는 기자는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 법원이 경매 물건마다 부여하는 사건번호(2017타경00000), 법원에서 운영하는 경매정보사이트(법원경매정보) 등 생소한 용어들을 이해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런 기자에게 옆자리에 앉은 5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용어를 반드시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경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부터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의 한 대학교 강연장에서 열린 초보 입문자를 위한 '부동산 경매 실전' 특강 현장. 사진/신지하 기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경매 시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법원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경매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2.6%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경매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던 2002년의 96.4%와 동일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9.3명으로 처음으로 9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경매로 나온 물건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상반기 경매 진행건수는 5만4000여건, 낙찰건수는 2만1000여건에 그쳤다. 지난 2013년 23만여건에서 2014년 20만여건, 2015년 15만여건, 2016년 12만여건 등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매 투자자 사이에서는 '10%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거나 시세에 비해 10%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건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투자 리스크뿐 아니라 명도비용 등 낙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 등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기준으로 경매에 입찰할 경우 10등 안에도 들기 힘들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경우 경매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익을 얻기 어려워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이 줄고 낙찰가율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시장에 참여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현 시장은 오랜 기간 경매에 참여했던 사람들조차 낙찰 받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현재의 높은 낙찰가율 및 경쟁률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이냐 내후년에야 물건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경매는 업체에 진행을 맡기더라도 본인이 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며 "권리분석에서 실수하지 않고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1년 정도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여유가 있는 향후 경매시장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경매 공부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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