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심상치 않은 가계부채 증가, 정부의 '맞춤 대책' 시급하다"
미국 금리인상 단행, 국내 부동산시장 충격 불가피…취약계층 다각적 지원방안 강구도
2017-07-05 06:00:00 2017-07-05 06:00:00
가계부채문제가 국가경제의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높아지면서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정부는 8월중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더 이상의 악순환은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미국의 두 번째 금리인상 단행
 
드디어 미국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6월15일 올해 두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지난 2015년 12월16일 0.25~0.50% 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14일 0.50~0.75% 인상, 2017년 3월15일 0.75~1.00% 인상 그리고 이번에 다시 또 1.00~1.25% 인상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와 기준금리가 1.25%로 같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도 금리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나 일부 은행들은 이미 시장금리에 어느 정도 선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대출금리가 4~5%대에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호성적이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4.3%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증시도 주요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당장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고, 국내 성장흐름과 기업실적 등이 개선되고 있어 우리 경제를 위협할 만한 자본유출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만약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 대출자들은 이자상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저소득자, 다중채무자와 서민층 등 취약계층들의 경우 충격은 불가피해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특히 부동산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문제
 
우리나라의 금리수준이 환율안정 측면에서 미국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정상인만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우리나라도 시점이 문제이지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경제회복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보유자산(밸런스시트) 축소에 나설 방침이다. 축소 규모는 미국 국채 60억 달러와 주택담보부증권 50억 달러 등 월간 1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제도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QE) 과정에서 사들인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흡수에 나설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에 따른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단행돼 단기금리를 인상하기보다는 장기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택시장에도 장기적 악재로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세계 주요 43개국 가운데 3번째로 빠르다는데 있다. 지난 6월1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로 1년 전인 2015년 말 88.1%에 비해 4.7%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이 노르웨이(6.3%포인트)와 중국(5.6%포인트)에 이어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집계하는 세계 43개국 중 3번째로 컸다는 것은 한국 경제규모에 견주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국제결제은행(BIS) 발표에 다르면 한국의 전년대비 가계 빚 증가폭은 2012년 1.1%로 17위에서 2013년 1.5%로 12위, 2014년 1.9%로 9위, 2015년 3.9%로 4위에 이어 마침내 2016년 4.7%로 세계 3위까지 급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가계부채 증가비율도 문제
 
부채증가속도뿐만 아니라 부채증가비율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3개국 중 8위였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1년 79.7%로 13위에서 2012년 80.8%로 12위, 2013년 82.3%로 11위, 2014년 84.2%로 9위로 뛰어오른 후 2015년 이후 8위까지 올랐다. 지속적으로 상승한 셈이다.
 
주요 경제대국인 미국(79.5%)이나 유로존(58.6%), 일본(62.5%)은 물론 영국(87.6%)까지 앞질렀다. 아마 한국이 이런 속도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가계부채규모가 GDP를 넘어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세계에서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는 128.4%를 기록한 스위스다. 2위는 호주(123.1%), 3위는 덴마크(120%), 4위는 네덜란드(109.6%), 5위는 노르웨이(101.6%), 6위는 캐나다(101%), 7위는 뉴질랜드(94%)가 각각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신흥국으로 분리돼 있어 신흥국 18개국 중에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 말레이시아(70.3%)나 3위 태국(70.2%), 4위 홍콩(67.7%)과는 상당한 격차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62년만 해도 1.9%에 불과했지만, 2000년 50%대, 2002년 60%대로 진입하면서 가파른 속도로 치솟아 홍콩을 앞지른 뒤 14년째 신흥국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기록적인 한국 가계부채는 한국경제 성장전망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금리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 대규모 가계부채 문제는 시한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시한폭탄 대부분이 부동산시장에 있다.
 
정부, 가계부채 콘트롤타워 인선 서둘러야
 
부동산시장에 점점 먹구름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직 가계부채 콘트롤타워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단기적 대책으로 지난 6월19일 집권 후 최초로 부동산대책을 내 놓았을 뿐이다. 그것은 이전 정부처럼 부동산시장 정상화나 활성화 대책이 아닌 규제정책이었다.
 
금년 7월말로 일몰을 맞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조치가 아니라 강화조치로 가계부채를 축소시키려는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가계부채 현황과 향후 방안을 토론한 후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어떤 대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아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살펴본 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와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인 DSR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공약한바 있어 이 두 가지가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조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가 가계부채를 키웠다며 규제 강화를 시사한 바 있다. 문제는 규제만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을지다. 우선 가계부채 콘트롤타워 인선을 서두르고 그 다음 시장의 현황파악과 함께 무엇이 가장 문제이고 위협적인지 면밀히 검토한 후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은
 
한국은행은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구조적 요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배경에 저금리 지속과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에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변화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축소) 과정을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가계부채 누증의 구조적 요인을 중심으로 정책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분석한 가계신용통계 기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말 665조원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2배 수준인 1360조원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1%가 증가한 것이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3%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목됐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부동산 규제 완화과정에서 주택 매입수요와 공급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저금리 기조 지속은 차입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금융과 실물 자산간 상대수익률 변화를 통해 가계신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또한 LTV이나 DTI 등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도 주택담보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경제정책 기조와 맞물려 구조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해 3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의 연령층이 주택구입을 위해 차입을 늘림으로써 가계부채 누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평균 부채규모가 큰 베이비붐 세대(55년~63년생)가 적극차입 계층의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했다.
 
50대 이상 연령층의 자영업 진출 증가와 임대주택 투자확대 등으로 관련 부채가 증가한 것도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택시장 수급구조도 문제다. 수요측면에서 가계가 투자자산으로 주택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한데다 공급측면에서는 임대주택이 가계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관련 부채가 가계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자산 중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한국이 62.8%로 미국 30.1%, 영국 47.2%, 일본 36.5%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임대주택 중 가계부문 공급비중도 한국이 78.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최근 일부지역 주택가격상승과 더불어 가계부채 증가의 주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생계형 대출과 함께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따른 주택공급 증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문제 해결 방안은
 
그러나 이제는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선 한국은행은 단기적 관리방안으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을 약화시키거나 고레버리지 대출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중점 관리하는 방안을 통해 억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주택은 소유보다 거주 중심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 노후소득 확보를 위해 보유주택은 주택연금에 가입하도록 해 가계부채의 구조적 요인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만 한다면 사전에 다중채무자나 저소득층 등 가계부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예를 들어 다중채무자의 경우 주택매매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든가 아니면 정부가 이들의 보유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시키는 등 대안이 필요하며 저소득층에게는 저리융자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기변동금리대출을 장기고정금리 원리금균등분할 상환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금과 같이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낮은 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인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 보다는 주택이 부족한 지역을 선택해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며, 주택담보대출의 질적 개선과 함께 양적증가도 전반적으로 조절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시절인 지난 3월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가계부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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