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 자동차 노조, 회사와 상생의 길 찾아야
2017-07-12 06:00:00 2017-07-12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업체 대부분 지난 6월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완성차 5개사의 올해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은 총400만38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하락한 것이다. 내수 시장 하락은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수출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여러 이슈들과 맞물려 있어 쉽게 해결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반기 최대 판매처인 중국 시장에서 42만9000대를 팔아 전년 대비 47% 폭락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상반기 64만2096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8.6% 하락했다. 향후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실질적인 이슈로 떠오를 경우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판매는 더욱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 6일 일본과 유럽연합이 FTA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또 다른 해외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이번 합의로 유럽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경쟁을 벌여온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들이 추가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한-EU FTA를 통해 일본차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총체적인 위기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우울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현대차와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가 또 다시 파업을 향한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넘어 업종 전반이 위기인데 월급 더 올려달라며 파업하겠다는 노조를 일반 시민들이 납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6~7일 조합원 1만3449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재적 인원 중 68.4%가 파업에 찬성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기간 중 성과가 없으면 이후 정식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6일 열린 20차 임단협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오는 13일과 1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달 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3일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낸 상태다. 13일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노사분규가 없었던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임금단체협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 측에 기본급 15만4200원 인상, 성과급 200%+400만원을 요구하고 있고, 쌍용차 노조도 사측에 11만8000원 인상과 우리사주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옛말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다. 시간과 장소를 가려 행동하라는 말이다. 노조의 투쟁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로 당연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기에 비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기인데 임금을 더 올려 받기 위해 회사가 망하던 말던 깊은 수렁으로 이끌어야 되겠는가. 회사가 살아야 임금도 올려 받을 수 있고,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다. 노조는 당장의 이익보다 회사와 함께 같이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산업2부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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