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2일부터 시중은행들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에도 불구, 4분기를 포함한 지난해 은행 실적이 나름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금융사의 지난 4분기 실적은 대체로 전분기보다 미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순이자마진은 개선됐지만 금호그룹 관련 대손충당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4분기 순익이 1000억원대에 못 미치고 신한금융은 2000억원대 후반, 하나금융은 1800원대 순익이 예상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00억원대 안팎, 외환은행은 1000억원대 후반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이들은행의 지난해 순익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 시중금융사 2008, 2009년 순익 비교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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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
우리 |
KB |
하나 |
2008 |
2조186억 |
4545억 |
1조8878억 |
4834억 |
2009 |
1조5000억 |
1조1800억 |
8000억 |
3333억 |
신한금융은 재작년 2조원대에 이어 1조5000억원대로 순익은 줄지만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은 4500억원대에서 1조원대를 뛰어넘는 실적으로 유일하게 순익이 크게 늘어난 것을 자랑하지만 시중은행 중 금호관련 익스포저(손실비율)가 가장 높아 충당금을 얼마큼 쌓느냐에 따라 순익 변동폭이 줄어들 수 있다.
KB금융은 1조8000억원대에서 8000억원대로 대폭 순익이 줄 전망이다. 금융지주 중 은행에서 전체 90% 순익이 나는만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지 않는 한 뚜렷한 순익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시중금융지주 중 제일 작은 3000억원대로 예측됐다.
◇ 예대차 높아 순익 컸지만 금호 부실채권 우려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도 불구 이들 지주회사의 실적이 선방한 것은 예대금리, 즉 대출과 예금이자 차이가 올해 들어 계속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은행 이익의 80% 정도는 이자부문에서 발생하는데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 총대출 금리는 잔액기준 평균 5.86%로 전월보다 0.10%포인트 오른 반면 총수신금리는 3.18%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떨어졌다. 대출이자는 높이고 수신이자는 적게 준 것이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는 2.68%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커졌고 재작년 12월 이후 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 예금은행 잔액기준 수신금리 추이 (2009년도)
지난해 전체로 놓고 볼 경우에는 2.39%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평균 예대금리차인 1.51%보다 1%포인트 가깝게 높은 수준이다.
결국 지난해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험이 커지자 은행들은 신규 대출자의 대출이자에 의존해 순익을 거둔 셈이다. 특히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해 2008년과 비교해 1.52%포인트 떨어졌지만 가계 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1.46%포인트만 떨어져, 상대적으로 손쉬운 가계 대출을 통해 순익을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초에 비해 은행자금 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자 수지 측면에서 은행들이 압박을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터진 금호 사태는 은행권에도 큰 부담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은 1.22%로 애초 목표한 1%를 달성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금호계열사 관련 부실 채권을 연말까지 정리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금호 채권을 제외할 경우 부실채권 비율은 0.99%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1.56%), 특수은행 중에선 산업은행(2.23%)의 부실채권 비율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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