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저임금법상 감액규정 탓에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합법적 열정페이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5조 2항은 계약기간 1년 이상이면서 재직기간 3개월 이내인 수습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입직 초기 생산성이 현저히 낮고, 교육과 숙련도 향상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노동을 온전한 ‘근로’로 보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주유, 식당 서빙 등 교육·숙련이 불필요한 업무임에도 수습기간을 이유로 임금을 깎거나, 서류상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해놓고 3개월만 사용한 후 노동자를 해고하는 방식으로 악용이 가능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주유원 등 단순노무업무 종사자를 감액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쳤기에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지만 오는 정기국회에서 세제 개편안, 내년도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갈등이 재발할 경우 상정 자체가 미뤄질 소지가 있다.
개정안이 처리돼도 문제는 남는다. 고용부는 단순노무직종을 고시하는 데 한국표준직업분류상 단순노무 종사자 기준을 활용할 계획이다. 따라서 업무가 단순·반복적이어서 수습기간이 불필요하지만 타 직종에 속한 보조업무 종사자 등은 앞으로도 감액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최근에는 인턴기간이 사실상 수습기간으로 운영되는 채용 연계형 인턴제도가 확산됨에 따라 감액규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적 근로자가 아닌 인턴(일경험 수련생)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않아 합법적인 임금 감액이 가능한데, 인턴기간 종료 후 수습기간을 이유로 다시 임금이 감액되면 결과적으로는 이중 감액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론 수습노동자에 대한 감액규정, 장애인에 대한 예외규정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본다”며 “경영계는 업무 숙련도를 이유로 드는데, 교육훈련과정 개편 등 다른 방법도 있다. 감액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근로자 위원들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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