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2017년 최저임금인 6470원에서 16.4% 인상된 금액이다. 2011~2017년 중 연평균 6.7% 상승했던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을 필두로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너무 커서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노동계도 찬성 목소리보다 아쉬움을 토로한다. 최저시급 만원에 턱없이 부족한 인상률이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노사의 입장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최저임금 인상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 발표한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응답자의 55%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높다’는 23%, ‘낮다’가 16%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치열한 대립은 한국 사회 노동문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회적 논란에 앞서 기억할 것은 19대 대선 당시 유력 후보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2020년까지, 홍준표, 안철수 후보는 2022년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 1만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지난 대선에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불평등 심화와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함을 인정한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이 활성화한 서구 유럽국가에서도 최저임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대 최소한의 국가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다. 노조 조직률이 10.2%의 낮은 수준이며 그나마 노동조합의 보호 속에 있는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제한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은 미조직, 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생명줄이다.
최저임금 결정 이후 쏟아지고 있는 대안 없는 비판들은 기득권 세력의 이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 대선 토론 당시 강성노조 때문에 대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거짓 주장의 데자뷰이다. 최저임금 때문에 기업들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연봉 5000만원 근로자도 최저임금 대상이 될 판이라는 조선일보 사설은 대표적인 과장 왜곡 사례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 공세의 절정은 최저임금을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이해충돌로 몰아가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해법은 무엇인가. 지난 10년 동안 지겹도록 들어왔던 경제가 성장하면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진다는 낙수효과 타령 아니면 최저임금 올리려다 있는 밥그릇도 깬다는 쪽박타령 공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의 순기능을 높이고 역기능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먼저 최저임금 목적의 구현이다. 1986년 제정된 최저임금법은 그 목적에서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시간 일한 대가가 따뜻한 점심 한 끼는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는 2016년 기준으로 266만 명(13.6%)에 이른다. 법은 존재하지만 정부의 근로감독이 느슨한 탓이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5년간 최저임금법 신고사건 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근로감독을 통해 최저임금 미만 지급 적발건수는 2012년 1649건에서 2016년 1278건으로 줄어들었다. 2014년은 694건에 불과했다. 제대로 감독이 이뤄지지도 않고, 적발되더라도 처벌되는 경우가 드물다. 근로감독으로 적발한 최저임금 위반 사례에 대한 사법처리 건수는 2012년에는 6건, 2016년에는 17건에 불과하다. 대신 노동자 개개인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신고해 사법 처리된 경우는 2012년 360건에서 2016년 896건으로 늘었다.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노사정 모두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을 양산하고 저임금 노동을 확대하는 정책은 한국 사회가 지향할 미래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자영업 구조조정도 촉진되고, 자영업에 손쉬운 진입도 억제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정책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갑을관계 청산, 상가임대차 및 카드수수료율 인하, 부가가치세 공제 확대, 영세사업장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 등 후속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람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야 말로 품격 있는 사회이다.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우리는 조금씩 사회적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 어떤 책 제목처럼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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