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KB금융지주가 올해 2분기 실적을 기점으로 '리딩 뱅크' 타이틀을 꿰찼다. KB금융의 실적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KB는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권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KB금융(105560)은 올 상반기 경영실적에서 2분기 당기순이익이 9901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분기와 비교해 13.8%(1200억원)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이 주가와 시가총액에 이어 2분기 실적에서도 은행권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 같은 판도 변화에 따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조직을 안정시키고 성공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년여간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외형을 확장하면서 그룹 체력을 단단하게 키우기도 했다.
지난 2014년은 KB에게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해외지점의부당대출 사고를 시작으로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 의견 갈등으로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도 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회장은 위기를 구할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지배구조와 조직 안정,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임직원을 추스르고 자긍심을 회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윤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윤종규 표'는 중요하지 않고'KB표' 전략이 중요하다"며 "CEO로서 윤종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윤종규가 숨더라도 KB가 살면 그걸 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임직원에게 '자긍심 회복'이라는 목표점을 제시하고,조직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와 동시에, 가치와 수익을 향한 체질 개선을 위해 내부 소통도 강화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KB의 분위기는 놀랄 만큼 달라졌다. 고객 중심의 영업체계 개편이 대표적이다. 그 중심에는 공동영업 시스템인 PG(Partnership Group)가 있다.
공동영업권의지역본부장인 138명의'소(小) CEO'를 중심으로 영업점 간 협업을 강화하고 고객에게는 리테일·기업금융·자산관리로 이어지는 전문적인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영업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하게 줄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오래된 규정과 지침, 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고, 각종 장표, 전산처리 업무도 최대한 후선으로 배치해 영업점에서는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바꿨다.
영업점 현장에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업무는 본점과 원스톱(One-Stop)으로 실행토록 했다. 통상 2주일 걸리던 업무처리 기간은 이 서비스로 인해 불과 반나절로 줄었다.
기업금융 마케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애로사항을 일괄 조정하는 영업지원 창구도 단일화했다. 3~4곳 부서의 승인을 받으려면 며칠씩 걸리던 여신심사도 한 곳에서 빠르게 해결됐다. 업무 프로세스가 한 라인으로 뚫리는 순간이었다.
민원사항과업무추진 속도가 한 번에 통했다. 이러한 업무 개선을 통해 직원뿐 아니라 고객도 KB의 업무처리에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KB금융의 최대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1조 2092억원으로, 2012년 상반기(1조 42억원) 이후 처음으로 반기 기준 1조원대 당기순이익을 회복했다. 8년만에 탈환한 1위 자리는 2분기에도 유지하게 됐다. 이는 윤 회장 취임 2년 반 만에 거둔 성과다.
이 같은 성과의 기반에는 윤 회장의 '소통' 능력도 한 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원과의 소통에서도 경영진에서부터 영업점 창구 직원에 이르기까지 윤 회장이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임원용, 직원용의 구분이 없다.
'직원과의 만남'과 같은 공식행사뿐 아니라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면 매주 10명 안팎의 직원, 팀장, 지점장을 모아 식사를 함께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모든 직원을 다 만나는 게 어렵게 되자‘온라인 소통’을 주요 소통 창구로 등장시킨 것도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모든 직원 공유한 인트라넷에는 직원과의 만남 현장을 사진과 글로 공유하고, 매월 진행하는 'CEO 메시지' 등 주요 경영 메시지가 빠짐없이 공유되고 있다.
밖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안으로는 내실을 다져온 최근 성과를 반영하듯 내부에서 윤 회장은 'JK(Just KB)'로 불린다.
윤종규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 온 것도 있지만, 'Just KB'라는‘오로지 KB(Korea Best)'만 보고 간다는 평소 윤 회장의 경영방침이 담겨져 있어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번 해보자'는 기운이 조직의 결속력과 단결력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사진/KB금융지주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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