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상대로 한 불공정 행위로 구속 수사를 받아 온 정우현 전
MP그룹(065150)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정 전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동생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혐의로, 최병민 MP그룹 대표이사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치즈 유통 단계에 거래상 아무런 역할이 없는 A사와 B사를 끼워넣어 친동생이 이른바 '치즈 통행세' 57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받도록 하고, 같은 금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맹점주에게 전가된 유통이윤을 얻은 정 전 회장의 친동생은 수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신용불량자임에도 11억원 상당의 고가 아파트에 살면서 수입차를 타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친인척과 측근에 대한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29억원 상당을 횡령하고, 2008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가맹점주로부터 별도로 광고비 5억7000만원 상당을 걷은 후 광고와 무관한 가족점 워크숍 진행 비용과 우수 가맹점 포상 비용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아들이 개인 채무 90억원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자 월급을 21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또 2007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직영점을 차명 등으로 저가에 매수해 총 5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본사에 내야 할 로열티 7억6000만원을 면제하고, 이 가맹점에 파견된 본사 직원의 급여 14억원도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맹점이 세무조사 후 매출이 하락하자 다시 본사가 직영점으로 인수하도록 하면서 이사회 승인 등 절차를 무시한 채 가맹규약상 금지된 권리금 13억1000만원을 본사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히 최 대표 등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탈퇴한 가맹점주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 형태의 C사에 대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보복할 것을 지시했던 사실도 적발됐다. 임직원은 탈퇴한 가맹점주가 오픈한 매장에 대해 정 전 회장에게 '초전박살 내겠다', '조속하게 추진해 평정하겠다'고 보고하고, 매장 운영을 준비하는 가맹점주를 관리대상으로 삼아 지속해서 감시하면서 개장 준비상황, 일일 매출액, 손님 수 등 현황을 보고했다.
C사 매장 인근에 각 직영점을 출점하게 한 후 전국 최저가로 피자를 팔면서 1만6000원의 치킨을 5000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할인도 진행하고, 미스터피자 납품업체에는 C사에 치즈, 소스 등의 공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검찰 조사 결과 해당 지역은 상권 쇠퇴 등으로 매출이 하락해 오랜 기간 적자 상태로 운영되던 곳이고, 직영점을 열 만큼 상징성이 있거나 수익성이 보장되는 지역이 아니어서 MP그룹이 직영점을 개설할 이유가 없었다.
이밖에도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 못한 다른 불공정 행위도 밝혀냈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주를 상대로 2012년 발간한 자서전을 강매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도록 했고,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가맹점의 실내 인테리어, 간판 등 공사비의 10%~15%를 리베이트로 돌려받아 30억원 상당을 챙겼다. 이때 3년마다 재계약하면서 매장 리뉴얼을 강제하기도 하고, 친인척이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가 공사를 하도록 해 이익을 몰아주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은 일반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후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수사에 착수해 왔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이 선제적으로 수사한 후 지난 4일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했다. 이전의 검찰 고발요청권 행사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심결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을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사건은 공정위의 심결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소비자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그 피해가 오히려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국회의원 중재로 상생협약이 체결되고,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불공정 행위가 중단되지 않아 결국 탈퇴한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해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사 착수를 결단했다"고 말했다.
'갑질논란'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이 공정거래 위반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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