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남북대화, 문 대통령 '베를린구상'도 흔들
"이러다 안보도 평화도 다 놓친다"…목소리 커지는 대북 강경론
2017-07-30 15:44:02 2017-07-30 15:44:02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베를린구상’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강력한 대북압박과 함께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이어간다는 원칙이지만, 대화보다 압박을 요구하는 국내·외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남북 군사회담 ▲추석 이산가족 상봉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을 북한에 제의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28일 저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기습발사로 응답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 도발이다.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단호한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필요시 우리가 독자적 대북 제재를 부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늘리는 방향의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 즉각 개시 등을 발표했다. 또 한미 양국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현무2와 미8군의 에이테킴스(ATACMS)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30일에는 미국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가 한반도 상공에 출동해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으며 무력시위 비행을 했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에 근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화성-14형이 최대 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했고,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는 수준이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이 “금번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그러한 측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안정을 위해 인내를 가지고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국내와 국외에서 강력한 대북압박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대화 노력이 사실상 여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30일 “정부는 북한의 눈치만 살피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구걸함으로써 오히려 김정은의 오판을 초래했다”며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제재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베를린구상의 실체가 국민 앞에 허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안보도 평화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면서 “사드 가지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로는 미국의 신뢰를 얻어낼 수 없다. 한미동맹 강화를 기초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 분위기도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시켰다. 미국 상원도 북한 원유 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담은 패키지법을 가결해 북한 봉쇄에 힘을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그들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넘어 중국에 대한 압박도 시사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가 이미 지난 4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 도발까지 가중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오는 8월 말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앞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발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감행 가능성도 있어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새벽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이 지난 28일 밤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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