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북한 핵 문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58분부터 오전 8시54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56분간 이야기를 나누며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선제타격론’ 등의 강경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전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언급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등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한·미 양국이 힘의 우위에 기반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조치와 함께 우리의 방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하겠다”고 호응했다.
이날 대화는 문 대통령이 주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좋다”, “감사하다”고 호응하며 경청하는 흐름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막대한 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필요하다”며 FTA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안보분야의 동맹과 함께 경제분야 협력의 근간이 되는 한·미 FTA가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에 더욱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답했다.
또 문 대통령은 내년도 국방예산 확대 계획을 전하며 “국방예산 대부분이 한국군 자체의 전략 방어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겠지만, 미국의 첨단무기 구입에도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적자 우려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통화 말미에 문 대통령은 “올해 중, 늦어도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계기에 방한해 달라”고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두 정상의 대화가 일부 언론과 보수야당이 제기한 이른바 ‘코리안패싱’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관계자는 “이번 통화로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며 “오늘 대화 내용을 보면 지난 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이다. 한국과 미국 간 평소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대북제재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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