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서울 강남권에서 신규 분양 일정을 늦추는 재건축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의 주요 타깃으로 지정된 데다 오늘 10월 분양가상한제 부활도 예고된 만큼 사업성 및 분양흥행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8월 마지막 주 분양이 예정됐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 시영아파트), '센트럴자이'(신반포 6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신규 분양 시기가 오늘 9월로 미뤄졌다.
삼성물산(000830)은 강남구 개포 시영아파트를 헐고 전용면적 59~136㎡, 총 2296가구(일반분양 208가구)로 짓는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를 이달 말에서 다음 달로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이 단지의 당초 분양가는 3.3㎡당 평균 4600만원대였다. 하지만 정부의 고분양가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조합과 시공사는 분양가를 기존보다 300만원 안팎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업성 검토 등을 이유로 9월로 분양이 밀린 것으로 보인다.
GS건설(006360)도 서초구 신반포 한신6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센트럴자이의 분양 일정을 계획했던 8월 말에서 9월 초로 조정했다. 이 단지는 전용 59~114㎡, 총 757가구(일반분양 145가구)로 조성된다. 조합과 시공사는 인근 분양 단지를 기준을 삼고 3.3㎡당 평균 분양가를 4600만원 정도로 책정했으나 현재 300만원 낮춘 4300만원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단지들은 정부가 지난 2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처음 분양이 예정된 서울 강남권 대어급 재건축 아파트로 흥행 성적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분양됐던 인근 단지보다 상향된 선으로 책정됐다. 강남3구에서는 올 초 '방배 아트자이'(일반분양 96가구) 분양 이후 공급물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는
현대건설(000720)이 지난해 8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4259만원)를, 센트럴자이는 삼성물산이 지난해 12월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신반포리오센트'(4250만원) 등 인근 단지를 분양가 책정을 위한 기준으로 삼았다. 8.2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이들 단지들은 분양 일정과 분양가를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8.2 대책의 주요 타깃이 된 강남권 재건축 시장 분위기는 점차 냉랭지는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2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째인 8월 둘째 주 서울 재건축아파트값은 0.25% 하락했다. 서울 재건축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올해 1월 둘째 주 조사(-0.08%) 이후 7개월 만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되면서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2억~3억원 내린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현행보다 완화할 것을 예고한 점도 이들 단지의 분양 일정 연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요건을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남권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로 강남권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달 말 분양에 들어가는 조합과 건설사는 자발적으로 분양가와 분양 일정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일정이 연기되면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불필요한 손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도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고분양가 논란에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따른 피해도 상당하기 때문에 사업성과 분양흥행 여부 등을 따져가며 기존 분양시기를 미루는 단지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일 서울 전역과 세종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가.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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