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 난항…실무 담당 실장 임명도 지연
현장 출신 벤처기업가 원하는데 ‘백지신탁’ 발목
2017-08-23 17:36:07 2017-08-23 17:37:47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정부의 일자리·소득·중소기업 중심 정책의 핵심에 서야 할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가 장관 공석으로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중기부는 신설 한 달이 됐지만 장관 인선이 지연되면서 중기정책 컨트롤 타워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중기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 인선은 이번주도 넘어 갈 것으로 보인다. 18개 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장관이 공석인 중기부는 지난달 25일 1차관 4실 13국(관)으로, 기존 7국(관) 31과였던 중소기업청에서 화려하게 신설 격상됐지만 정작 수장을 찾지 못해 한달째 표류중이다. 
 
정부는 현장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인 출신을 찾고 있으나 장관에 임명되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공직자주식백지신탁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공들여 키운 회사 주식을 팔면서 1~2년으로 단명할 수 있는 장관직을 맡는 것은 치러야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중기부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서 벤처기업가 출신 장관을 지속해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지신탁은 고위 공직자의 직무 관련 주식 보유를 금지한다. 공무수행 중 특정 기업과 사적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장관에 임명되면 보유 주식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신고해야 하고, 위원회가 직무 연관성을 인정하면 한 달 안에 팔거나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 금융기관은 두 달 안에 주식을 팔아야 한다. 문제는 애착을 갖고 키워 놓은 회사 주인에서 물러나야 장관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성공한 현장 출신의 벤처기업가를 찾고 있지만 장관이 되려면 벤처기업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장관 공석으로 부 산하 실장 인선도 늦어지고 있다. 기획조정실장만 임명된 가운데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개방형(공무원·민간 공개경쟁)으로, 중소기업정책실장은 공모형(공무원만 공개경쟁)으로 인사혁신처를 통해 모집이 진행 중이다.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장관 인선 후에야 내부 승진으로 결정될 방침이라 더 늦어질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회사를 키워 놓고 주식을 다 팔아버리라고 한다면 되겠느냐. 벤처로 기업 성장하게 한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가 그것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의 다른 관계자는 “벤처기업인은 회사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한 몸으로 생각할 정도다”라며 “주식을 포기하고 주인 자리를 넘기라고 누가 장관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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