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호황 어디까지)메모리 초호황에 '실적잔치'…중국 위협에 비메모리는 숙제
메모리, 치킨게임 끝에 공급자 위주로 재편성…중국 '반도체 굴기' 도전 아닌 위협
2017-09-13 06:00:00 2017-09-13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한없이 즐기고 있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초호황 국면이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에서도 효자 자리를 꿰찼다. 반도체 부문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71억달러, 이중 반도체 부문만 87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신기록을 썼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슈퍼 호황 사이클이 펼쳐졌다. 오랜 치킨게임으로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과거 절반 이하로 급감, 생산량에는 제한이 뒤따른 반면 수요는 4차 산업혁명을 만나면서 폭발했다. D램 시장의 경우 수요가 과거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진 가운데 스마트폰 성능 향상으로 고용량 메모리를 찾는 손길이 많아졌다. 수요 둔화가 예상됐던 PC도 지난해 윈도우10 출시 효과 등 노트북 수요가 늘면서 PC용 D램 가격이 강세를 이어갔다. 낸드플래시 역시 고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값이 뛰었다.
 
업황 호조는 반도체 업체들에게 축배를 안겼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3사는 승자 독식 구조의 뿌리를 내렸다. 전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44.8%, SK하이닉스 28.7%, 마이크론 21% 등의 점유율로, 사실상 3곳의 과점 체제로 굳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실적을 경신하며 한국 반도체의 자존심을 높였다. 반도체 호황의 신바람은 후방산업까지 이어졌다. 장비업체 등도 실적이 개선되며 연쇄 효과를 보고 있다. 당분간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들의 실적 행진도 길어질 전망이다.
 
경계해야 할 대목도 있다. 막대한 자본력과 공격적인 시설투자 등으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위협은 경계 1호다.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들과 기술력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만, 중국 정부가 10%대 초반인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설비를 끝내고 인력까지 보강될 경우 중국의 도전은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과제도 있다. 시스템반도체가 첫 손에 꼽힌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시스템반도체가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특히 시장규모 측면에서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소수의 공급자가 즐기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플레이어가 많은 점도 한계를 높인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은 비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5%도 안 된다. '반도체 강국' 코리아, 미완의 개척지가 남았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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