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그룹이 중국의 잇따른 사드 보복에 현지 롯데마트 매각 절차를 밟으며 '10년만의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남은 중국사업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롯데측은 "다른 계열사의 중국 사업은 영향이 없다"며 애써 표정을 관리 중이지만 이미 수조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과 영업망 악화가 우려되는 잔여 사업들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사업 부문은 총 24개다. 이들 사업부문에서 일하는 롯데 직원만 2만여 명에 달한다.
이는 '롯데마트 매각'이라는 하나의 사안이 롯데의 중국사업 자체가 철수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아직도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개별 사업들이 모두 사드 보복의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해 잔여 사업들도 줄줄이 철수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롯데가 중국에서 마트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도 7000여억원의 자금 수혈 등 각고의 노력이 이뤄진 끝에 힘들게 내린 결론이었다. 당초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중국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업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롯데 관계자도 "철수만은 막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매장을 유지하려 했지만 누적되는 적자 탓에 한계 상황에 이르렀고 불가피한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롯데마트의 불투명했던 미래는 어느정도 걷히게 됐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매수 대상자를 찾고 있지만 목표한대로 매장 전부를 매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매각가도 수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일각에선 헐값 매각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으며, 이미 1조원 이상을 마트사업에 투입한 탓에 얼마에 매각하더라도 대규모 투자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는 마트 사업 외에도 백화점,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등의 사업을 중국에서 영위하고 있다. 아직은 이들 사업의 '철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현재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현재진행형인 시점에서 잔여 사업들도 실적 악화와 손실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미 롯데그룹측은 현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등 일부계열사의 영업망 통합 등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4조원이 투입됐음에도 공사가 올스톱된 선양과 청두의 대규모 복합단지 프로젝트도 최대 난제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 속에 '중국판 롯데월드'를 꿈꾸며 두 지역에 각각 3조원과 1조원가량 자금을 투자했다. 복합단지에는 테마파크와 쇼핑몰, 호텔, 오피스, 주거단지 등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당초 내년 초 선양 단지를, 2019년에 청두 단지를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를 해왔지만 사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아직까지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중국 정부로부터 터를 다지는 공사 허가는 받았지만 쇼핑몰 시네마 등 상업복합시설 공사의 인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롯데측은 분양 대금 등이 완납돼 중단에 따른 유동성엔 문제가 없고, 기존에 들어간 투자금 외에 추가로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없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워낙 야심차게 투자한 대규모 프로젝트인만큼 현지 분위기는 뒤숭숭한게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수 불가를 고수하던 롯데마트가 끝내 철수할 정도로 현지 상황이 안 좋다면 중국 정부가 롯데 다른 계열사 사업에 제동을 걸지 말란 보장도 없다"며 "롯데가 베트남 등 '포스트 차이나' 공략을 대안으로 삼고 있지만 다른 시장은 중국이 갖지 못한 한계가 분명한만큼 남은 사업이라도 지키기 위한 비상경영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롯데마트가 철수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롯데의 남은 중국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앞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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