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추석 대목은 옛말이에요. 올해는 긴 연휴로 여행지를 찾아 놀러간다고 하는 소리만 들립니다. 명절 전에 물건을 많이 쌓아놔야 하는데 팔려야 말이죠."
"몇년새 매출이 급격하게 줄고 있어요. 점점 버틸 힘이 없죠. 저를 포함한 주변 상인들 모두 이익은커녕 월세 벌기에 급급합니다."
20일 추석 연휴를 2주 앞둔 망원시장의 모습. 오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지난해 보다 3분1 이상 매출이 떨어진 탓에 상인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임효정기자
2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망원동월드컵시장. 추석명절 연휴를 2주 앞에 뒀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만은 않았다.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토해냈다.
2차선 도로 하나를 두고 붙어 있는 두 시장에는 140여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먹거리의 다양화, 장보기 서비스 등으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시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 두 시장에서 조차도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감은 찾기 어려웠다.
20년간 망원동월드컵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지난해에도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올해 사정은 더 안 좋다"며 "지난해와 비교했을때 3분의1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열흘 동안 황금연휴라고 해서 해외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이 나오는데 우리 상인들은 그 기간을 또 어떻게 버틸까라는 고민만 커지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명절 전에 물건을 많이 가져와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선물 수요까지 줄고 있어서 얼마나 쌓아야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자칫 가져온 물건들이 안 팔리면 신선도만 떨어지고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지니 걱정이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주말에 연달아 연휴 하루만 더 생겨도 시장 안에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가족단위로 외곽으로 떠나다 보니 오히려 연휴가 상인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적지 않았다. 대목 아닌 이상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타 시장과 달리 이 두 시장은 지역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점포 운영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건물주들이 임대료만 높이며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10여년간 시장 내 점포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매출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며 "관광객들은 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호떡이나 핫바를 손에 들고 시장을 구경하기 때문에 1차 재료를 팔고 있는 점포들의 매출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유명해졌다는 이유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니 상인들만 죽어 나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상가상 지역 상권 주변으로 들어서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까지 상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다. 최태규 망원시장상인회장은 "상인들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사정은 안 좋아진다"며 "대형마트의 확장이 멈추는가 했더니 이제는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며 상인들을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력한 규제로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아야만 상인들이 전통시장의 역사를 이어가며 마음껏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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