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소통'과 '현장경영'을 통해 실의에 빠진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매진 중이다.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과, 끝을 모르는 재판, 사드 악재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누구보다 어깨가 무거운 그룹의 수장이지만, 임직원들의 동요만은 막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주문 아래 약 13만명에 달하는 롯데 계열사 전 직원들에게 추석 선물세트를 보내기로 했다.
'발송인 신동빈'의 이름으로 신 회장의 격려메시지와 함께 직원들에게 돌아갈 선물은 구입비용만 약 6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때는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선물세트를 보내지 못했다"며 "그동안 일선에서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19일엔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시그니엘서울에서 그룹 내 여성임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가 그룹 여성임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간담회에서 신 회장은 마케팅, 패션, 광고, 영업, 온라인사업, 품질관리 및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임원들로부터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듣고, 격려도 잊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 여성인재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인식 개선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신 회장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고, 관련 부서에는 빠른 시일 내에 여성 CEO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으로 집무실을 옮긴 신 회장은 직원들과 스킨십에도 노력 중이다. 그 중에서도 신 회장이 사옥 내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 모습은 롯데 직원들에게 '신기한 광경'에서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롯데 계열사 한 직원은 "회장님이 구내식당에 처음 등장했을때만 해도 한두 번이겠지 넘겼는데 이후에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직원들도 친밀하게 느끼고 있다"며 "식사를 같이 하고 직원들과 회사 이야기, 일상 이야기, 농담도 거리낌 없이 나누는 모습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아직은 서툰 한국어 실력 등으로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집무실 이전 후 점심시간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어김없이 구내 식당을 이용해 직원들과 스킨십을 갖는다는 게 롯데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 회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험난한 재판 일정 등에도 주요 사업장을 챙기며 현장경영의 보폭도 확대하고 있다. 현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격려한다는 차원이 무엇보다 크다.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 7월에는 '포스트차이나'로 삼고 있는 베트남을 방문, 현지 사업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또, 하노이 응웬 득 중 인민위원장을 만나 롯데몰 하노이 등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사업을 논의했다. 신 회장의 이같은 글로벌 현장 행보는 임직원들에게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해 달라"는 무언의 주문이자 응원이라는 게 롯데 안팎의 평가이기도 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요 계열사의 매장에 직접 찾아가 현장을 살피는 등 신동빈 회장이 현장경영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특히 월드타워로 집무실을 옮긴 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통의 시간을 찾으며 서로 '힘'을 얻으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시그니엘서울에서 여성임원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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