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그러하듯 새 정부가 들어서자 곳곳에서 규제해소의 목소리가 크다. 중소기업계도 끊임없이 규제완화를 요구하며 거미줄 같은 규제사슬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단편적 방식에서 전체를 푸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주장해왔다. 다행히도 정부는 총리가 직접 나서는 등 적극성을 보이며 ‘규제샌드박스’도입과 규제프리존특별법 입법을 검토키로 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포괄적 네거티브규제는 '정한 것 외에는 안 된다‘의 사전규제와 달리 '전반적으로 허용하되 문제가 있으면 금지’하는 사후규제방식이다.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는 어린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특정분야 즉, 신기술이나 신산업 등에서 규제 없는 비즈니스 환경’을 의미한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전국 14개 시도별 전략산업을 정하고 규제 없이 활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제정책의 진전은 사전규제가 금지행위를 정하여 공익보호와 특정요건에 부합한 자에 권리와 이익을 주지만 새로운 환경을 신속히 반영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것이다. 즉, 다양하고 새로운 주체의 시장진입이나 경영활동을 제한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하루가 멀다고 나타나는 신기술과 신상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제도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개발된 상품조차 "허가나 인증기준이 없다."는 ‘보이지 않는 규제’로 사장(死藏)되기도 한다. 또한 기존의 규제로 보호받는 시장점유자들의 반발과 견제로 인해 시장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의 규제경쟁력순위(WEF, 2016)가 138개국 가운데 105위의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정부가 도입하는 포괄적 네거티브규제는 새로운 분야의 산업을 촉진하는 데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전자화폐, 자율주행자동차와 연관된 산업은 물론 드론의 산업적 활용, 헬스케어 관련 제품·서비스의 채택과 활용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업력이나 자산규모, 실적과 같은 과거지향의 기준을 중시한 규제를 철폐하는데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규제해소정책이 성공하려면 규제해소가 현장우선·해결중심의 가시적 성과를 지향해야 한다. 과거에도 수차례 규제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법과 규정의 손질에 그쳤고 막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규제의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미흡했다. 규제해소는 상향식(bottom-up) 접근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추적해서 규정을 바꾸는 방법이다.
작년에 언론에 보도된 한 반도체업체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1공장과 2공장 간 거리는 181미터인데 중간에 공원부지의 야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회사는 1.2km를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많은 운송비용과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두 공장간 연결터널을 뚫게 해달라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당시 법규상의 ‘공익 목적’이 아니라며 허용하지 않았다. 회사는 2000명의 추가고용창출과 7000억원의 투자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것을 제시했음에도 말이다. 결국 청와대까지 나서서 403일, 처음 민원제기 후 10년 만에 시행령을 개정하고 나서야 해결되었다. 이처럼 기존의 법과 규정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현장애로해결을 위해 규제를 해소하면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창출과 증가, 국제경쟁력강화나 해외수출이 늘어나는 분야로써 부작용이 없는 경우는 우선적으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규제해소는 가시적인 성과가 중요하며 형식적인 캠페인에 그치거나 각 부처의 과잉경쟁으로 건수나 실적에 매달리면 안 될 것이다. 또한 규제해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분야, 규제효과가 큰 분야의 규제는 잘 유지·보완함으로써 적절한 규제균형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포괄적 네거티브규제의 경우 사전적 검토가 중요하다. 사후에 문제가 드러나서 규제를 하면 부작용이 있다. 그간의 사업의 중단, 경영상의 타격이나 휴·폐업 등으로 이어지므로 규제에 직면한 기득권자의 반발이 매우 크므로 신중해야 한다. 규제해소가 성과를 거두려면 규제관련공무원의 역할과 자세가 중요한데 특히 현장의 공무원이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나서야 한다. 이들이 ‘규제감소정책’에 적극 동참해야하고 인식개선과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현장중심의 규제해소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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