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내연남의 부인에게 청산가리를 섞은 소주를 마시게 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한씨는 지난 2015년 1월 말 서울 송파구에 있는 A씨의 집에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유한 후 미리 준비한 청산가리를 희석한 소주를 마시게 하는 방법으로 청산염 중독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2014년 2월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난 A씨의 남편 B씨와 내연 관계를 이어 온 한씨는 A씨에게 B씨와의 이혼을 지속해서 요구했으며, A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한씨의 범행은 가장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범행 동기 역시 인륜에 반한다"며 한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씨는 범행 전 청산가리와 소주를 미리 준비하고, B씨가 집에 없는 시간을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 실행에 옮겼다"며 "그런데도 B씨가 A씨를 살해했다는 등 믿기 어려운 주장이나 변명을 늘어놓으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씨가 B씨에게 집착하고 급기야 A씨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행동에까지 이른 데에는 B씨의 무책임한 언행과 태도도 일정 정도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한씨에게 벌금형 1회 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씨는 전 남편과의 이혼 전인 2010년 5월 재혼을 전제로 만나던 남자의 다른 애인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그해 8월 의정부지법에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한씨와 검사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숙고하고 계획해 청산가리 등 범행도구를 준비한 다음 의도한 범행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전형적인 모살(謀殺)에 해당한다"며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무겁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한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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