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시행이 계속 지연되면서 연내 출범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초대형 IB 인가신청을 한 5개(미래대우·NH투자·KB·삼성·한국투자) 증권사만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초대형 IB 방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점이 변화한 것을 혼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 초에도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자본시장 분야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6월까지 인가절차와 업무승인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5월초 인가신청 서류를 접수하면서 업무개시 시점을 3분기로 늦췄지만 아직도 인가절차는 완료되지 않았다.
몇 달전만 해도 초대형 IB 출범은 시기가 조금 늦어질 수는 있어도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미흡한 글로벌 경쟁력과 자기자본 규모를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취지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대주주 적격성이 변수로 떠올랐지만 삼성증권만 발행어음 인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결과 이후로 보류되면서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출범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일각에서는 초대형 IB에 대한 금융당국의 기조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방안이 백지화되거나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래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규제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은행 업권의 견제를 출범 지연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금융당국에서 초대형 IB를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안으로 보면서 과거에 비해 스탠스가 달라진 것이 본질적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면밀하게 살피고 재검토를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증권업계의 대표선수를 키우는 초대형 IB 방안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의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인 4조원을 충족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각각 KDB대우증권, 현대증권을 인수했으며,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을 믿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인가에 필요한 준비를 해왔는데 만약 무산된다면 해당 증권사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항변했다.
다른 관계자도 “연내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이 이후 무산되거나 혼선이 빚어지면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대답했다.
초대형 IB 인가절차가 계속 지연되면서 증권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감원장. 사진/뉴시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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