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TF 활동을 '사법 방해'라고 규정하고,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당시 구성원의 신병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는 2일 "당시 파견 검사들에 대한 신병 처리를 검토 중이고, 관련자 소환 조사 등 보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수사 과정에는 물론이고 긴 기간 이뤄진 재판 과정에도 관여한 사실이 있으므로 수사 방해로 국한하기보다는 사법 방해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31일 문정욱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직권남용·위계공무집행방해·위증교사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문 전 국장은 이미 구속된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등과 함께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와 허위 진술 증언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기업들이 보수 단체들에 약 10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같은 달 27일 문 전 국장과 TF에서 활동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당시 감찰실장이었던 장 전 지검장, 법률보좌관이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파견 검사였던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 고모 전 국익전략실장, 하모 전 대변인 등 7명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후 그달 28일 김 전 단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 1일 국정원 정치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사찰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비선 보고했다는 내용 등에 대한 국정원 추가 수사의뢰를 중심으로 수사한 결과 혐의가 인정되고 구속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돼 재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추 전 국장은 배우 문성근씨, 방송인 김미화씨 등 정부 비판 연예인 퇴출 공작, 야권 정치인 비난 공작을 기획하고, 박근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실행에도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자 그 동향을 사찰해 감찰 대상자인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문체부 간부, 은행장 등을 사찰해 보고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추 전 국장의 비선 보고를 받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으면 누구라도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잡힌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추 전 국장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가 나와야 다음 순서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전 국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오는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는 장호중 부산지검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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