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연쇄 회동하는 ‘슈퍼위크’가 시작됐다. 각 정상 간 논의결과는 향후 동북아정세 흐름을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주일 간 이어지는 연쇄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 국 입장에 따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다르다. 이날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에서는 대북 강경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양 정상은 핵·미사일 개발을 거듭하는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정상의 발언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과 공조에 나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7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단독·확대 정상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아베 총리와의 회동서도 재확인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동북아 평화구축을 위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 타결 과정에서 밝힌 이른바 '3NO' 방침을 두고 미국 측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도 회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의 회담 다음날 중국 베이징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진전된 합의에 이를 것”이라며 “양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분명한 지침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적 옵션까지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노선에 중국이 지속 반대하는 가운데, 협상을 통한 해결책이 도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1일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은 앞선 회동들의 결과물이 집약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동안 대립관계에 있던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협력적 관계를 지향할 경우, 직후에 열리는 한중 회담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한중관계 개선관련 양국 간 협의결과’를 통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봉합 단계에 접어든 만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조다.
오는 11~12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 결과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특정해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APEC 정상회의에 한국과 미·중·일·러 한반도 주변 4강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가운데 주요 정상 간 양자회담이 추가로 잡힐 가능성도 있다.
북핵문제 외에 각 회담에서 논의될 다른 의제들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7일 회동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관련 언급이 나올 수 있다. 13~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중 열릴 예정인 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는 경제·문화 분야 관계복원 방안이 논의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실무오찬을 진행하기 전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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