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성장을 거듭하던 수입맥주가 국내 주류시장을 무차별 잠식 중이다. 연간 맥주 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돌파했다.
1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맥주 수입금액은 2억16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맥주 수입액이 2억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4년 1억 달러를 돌파한지 불과 3년만이다.
특히 수입맥주는 새 트랜드인 '편맥'(편의점맥주) 시장을 잠식한 것을 비롯해 전체 유통채널로 위력이 퍼져나가는 중이다. 업소용을 포함한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 비중은 10%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편의점과 대형마트등 가정용 시장은 빠르게 점유율을 불려나가고 있다.
GS25의 수입맥주 매출 증가율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맥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7.4%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과 국산맥주 매출 비중도 2014년 2014년 12.8 대 76.2로 국산맥주가 크게 높았으나 올해는 55.5 대 45.5로 수입맥주 매출이 국산맥주를 크게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 외에 CU, 세븐일레븐 등 다른 편의점들도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이 모두 50%를 모두 넘기며 주류 매출 1위로 자리매김 중이다.
임현창 GS25 맥주 MD는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수입브랜드 맥주를 도입하면서 세계의 다양한 맥주 맛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맥주에 대한 고객들의 눈 높이가 높아진 만큼 보다 다양하고 가성비 좋게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수입맥주의 무대는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이마트에서도 주류 매출 1위에 올랐다. 국산 맥주는 물론 수입 주류 대표선수인 와인까지 제치고 주력 주류에 등극했다.
이마트가 올 들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수입 맥주 판매는 전년 동기간 대비 38.0%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마트의 수입 맥주는 2015년까지만 해도 전체 주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7%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26.9%까지 팽창했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술의 4분의 1이 넘는다.
반면 국산 맥주는 수입맥주 견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촌철살인' 독설로 유명한 영국 유명 셰프 고든램지를 전면에 내세워 맥주맛의 의구심을 풀어내려 했고, 롯데주류는 처음으로 소맥용 맥주 '피츠'를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에 전사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맥주가 아닌 '발포주'라는 틈새시장을 노리며 '필라이트'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필사적 노력과 마케팅에도 수입맥주의 기세는 오히려 무시무시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는 유통 마진을 조절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관세청에 수입 원가를 낮게 신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적게 낼 수도 있고 실제 수입가가 얼마인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앞설 수밖에 없어 당분간 수입맥주의 전성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수입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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