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적으로 사용"
사용처 확인 단계…당시 국정원장 3명 모두 구속영장 청구
2017-11-15 17:12:51 2017-11-15 17:12:5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가 상납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용도로 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15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이 사건은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대통령이 이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실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를 위해서만 쓰여야 할 특수활동비가 최고위 공무원 쪽에서 사적인 용도로 사용돼 죄질이 중하다"며 "검찰이 국가 안보를 가볍게 본 것 아니라 대단히 보기 때문에 엄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구속된 피의자와의 형평성 면에서 구속영장 청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은 각각 근무하는 동안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매달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예산담당관을 거치지 않은 특수활동비 전달에 대해서는 국고손실이 아닌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이중 이병호 전 원장은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경선 등과 관련한 다수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밀린 대금 5억원을 수행업체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금지)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3일 특정범죄가중법(뇌물수수·국고손실) 위반 혐의로 이·안 전 비서관을 구속했으며, 이들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조사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사 방식과 시기를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도 수수자 측 피의자로 적시한 셈이라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검찰은 이날 특수활동비의 사용처에 대해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일과 10일, 13일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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