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신규사업을 검토해 생활문화기업으로서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
구본걸
LF(093050) 회장이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 자리에서 밝힌 일성이다. 패션기업으로 익숙했던 LF가 구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규사업 발굴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LG그룹에서 독립한 LF는 다음달이면 '계열분리 10년'을 맞는다. 구 회장의 '홀로서기 10년'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LF가 진행중인 일련의 사업다각화 움직임은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LF를 이끄는 구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 손자이자,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다. LG로부터 떨어져나온 방계기업인 GS, LS그룹 등이 성공적인 계열분리 사례로 꼽히는만큼 구 회장 역시 LF를 성공적인 분리 사례로 만들고 싶은 경영의지가 누구보다도 투철해 이는 사업다각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LF가 신규사업에 잇따라 나서는 배경은 주력인 패션사업 정체와 무관치 않다. 국내 패션시장 성장률은 최근 5년 동안 1~3%대에 머물고 있다. 2018년에도 2%의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LF의 패션사업 매출도 2010년 1조원을 돌파한 뒤 6년 동안 1조4000억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LF의 사업다각화 선두주자는 '외식사업'이 되고 있다. LF는 2007년 계열분리와 동시에 100% 자회사 LF푸드를 설립해 외식사업에 진출했다. LF푸드는 현재 일본라멘전문점 '하코야', 씨푸드 뷔페 '마키노차야'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7월, LF푸드의 대표이사를 동생인 구본진 대표에서 전문경영인 윤종국 대표로 교체했다. 윤 대표는 SPC그룹의 식자재유통 계열사 SPCGFS의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업계 안팎에선 구 회장이 외식업계 전문가를 선임한 것을 두고, 앞으로 외식사업 확대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구본진 대표도 적자 폭을 줄이는 경영성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윤 대표 영입 이후 LF푸드의 사업확대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난 12일엔 토종 수제버거브랜드 '크라제버거'의 상표권을 인수했다. 매장운영을 직접할지 아직 가늠하긴 어렵지만 업계에선 LF가 SPC 등이 뛰어든 수제버거시장에 본격 진출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 외에도 LF는 올해에만 6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했고, 이중 주류브랜드 등 4건이 외식과 식품 관련 기업이다. 최근에는 사장 직속으로 인수합병 전담 태스크포스(TF)팀도 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추가적인 인수합병도 예고되고 있다.
다만 LF의 외식사업 확대가 아직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LF푸드는 지난 2015년, 전년대비 20% 감소한 매출 216억원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이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매출은 185억원으로 2015년보다 14% 감소했다. 다만 수익성 위주의 점포정리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LF푸드는 2015년 영업적자 42억원을 냈지만 지난해 12억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편, 구 회장의 시선은 외식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외식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확대를 진행중이다.
지난 2월 여행전문채널 폴라리스TV를 운영하는 뉴폴라리스의 지분 100%를 30억원에 인수했고, 6월엔 LF스퀘어씨사이드를 설립한 뒤 최근 강원도 양양군과 141억원 규모의 토지매매 계약을 맺었다. LF는 7만9591㎡ 규모의 사업부지에 리조트 1동, 풀빌라 12동, 프리미엄 아울렛 3동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휴게음식점업, 호텔업, 관광숙박업, 테마파크 운영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었던 셈이다. 최종적으로는 구 회장이 천명한 '생활문화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 재정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주된 관측이다.
박현진 DB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LF는 패션사업과 푸드사업으로 양분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푸드사업의 안착이 LF의 중장기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LF푸드는 2~3분기에 인수한 모노링크, 구르메에프앤드비, 화인에프앤드비 등이 매출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자회사들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이변이 없다면 내년까지 LF 매출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걸 LF 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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