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3번째 불응 끝에 6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왔다. 최 의원은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정원 예산 편의 대가로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억울함을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제가 특수활동비를 감액해 국정원이 로비했다는 것인데, 예산심사 과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오로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심사하는데, 권한이 전혀 없는 제게 돈까지 줘가며 로비를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지난 2014년 10월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 전 원장으로부터 이러한 진술을 확보해 지난달 20일 최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애초 검찰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29일 최 의원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소환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수용해 지난 5일 오전 10시로 조사를 미뤘다.
하지만 최 의원은 5일에도 예산안 표결을 이유로 끝내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최 의원은 "당 원내지도부가 오늘 11시 국회 본회의에서 2018년 예산안과 부수 법안에 대한 표결이 있을 예정이니 반드시 참석해 표결한 후 검찰에 출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의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며 "당 원내지도부도 검찰에 이와 같은 요청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저는 본회의 표결 종료 즉시 출석할 예정"이라고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5일 남재준·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남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총 6억원을,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총 8억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과 향후 각종 편의를 받을 것에 대한 기대로 특수활동비 일부를 빼내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 전 원장은 이헌수 전 기조실장과 공모해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김용환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에게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자회사 경안흥업에 총 25억원 상당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강요 혐의도 적용됐다. 남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이 전 실장은 "경우회가 집회 활동을 많이 하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우니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 VIP 관심 사안이다'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특활비 의혹으로 검찰 출석에 불응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 참석한 후 도중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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