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혜승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상 결정에 따른 국내 증시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이 현지시간 18일 재할인율 0.5%에서 0.75%로의 인상을 발표하자, 증권업계는 이번 결정에 따른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달러 강세와 실질금리 인상 압력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재할인율(discount rate)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긴급 단기자금을 대출할 때 적용하는 금리로, 재할인율을 인상하면 은행들의 대출이자가 증가해 시중의 자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다만 재할인 제도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해당 금융기관 유동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에서 이 제도를 이용한 금융기관이 없었고, 재할인율을 올리더라도 이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 단기유동성 공급 조치 제자리 찾기..증시영향 제한적
이번 재할인율 인상을 버냉키 의장의 3단계 출구전략 로드맵 중 1단계로 해석하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실질적인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연준의 단기 유동성 공급책이 당초 예정대로 종료되고 있으며, 재할인율 인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는 것.
박희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 자금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단기 유동성 공급을 위한 비상 조치들의 유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를 제자리로 되돌리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경기회복세에 맞춰져 있으므로 경기 자체의 방향성이 바뀌지 않는 한,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이어졌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할인율 인상을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전반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 변경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주식시장의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이번 결정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경기 자체의 방향성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증시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재할인율 인상은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발생을 인정한 것으로, 오히려 경기 회복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그간 글로벌 긴축통화로 실추된 달러의 위상을 높이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국내 무역수지 흑자전환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 실질 출구전략에 '바짝'..달러 강세·시중금리 상승압력 부담
반면 연준의 재할인율 인상이 실질적 출구전략으로 한발 더 다가감을 의미하며 단기 시중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재할인율 인상은 버냉키 의장이 이미 예고한 것 처럼 출구전략 시작의 첫 시그널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며 "향후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추가 조치들이 단행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조치를 실질적 출구전략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는 3월 이후는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와 연방은행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이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형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자산시장과 실물 부문에 주로 공급됐던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유동성 공급에 비해 미 연준의 유동성 흡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정용택 연구원은 "추세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이 더 유효한 국면이며 미 달러화의 강세나 안전자산 선호 기류 역시 추가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서혜승 기자 haro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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