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수출이 내수 부진을 상쇄하며 한국경제를 이끄는 가운데 환율이 복병으로 지목됐다. 수출기업들은 내년에도 수출 호조가 이어지겠지만, 환리스크는 경계해야 될 변수로 꼽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수출 채산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산업계의 긴장감도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9일 연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의 51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수출기업의 경영환경 전망 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응답 기업의 91.4%는 내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이슈로는 48.4%가 환율 변동 심화를 지목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25.1%)와 미·중의 보호무역주의 강화(16.0%)보다 우려가 높았다. 수출기업들은 내년 환율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설정, 사전 경계에 들어갔다. 응답 기업의 49.0%가 내년 사업계획 환율(내년 사업계획 작성시 수립 환율)로 1075원 이상 1125원 미만을 제시했다. 67.9%는 이미 환차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8.4%가 현재 환리스크를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200원대에서 이날 1084.50원까지 떨어졌다. 미 트럼프정부가 달러 강세를 경계하고 우리정부도 내수·소비 진작에 따른 분수효과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 북한 핵실험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걷히자 환율 하락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올 들어 세 차례나 금리를 올렸으나 속도와 폭을 조정함으로써 달러 강세를 억제했다. 미 재무부는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 원화절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며 원화 강세가 뚜렷해졌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IMF와 OECD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는 등 경제회복 기대감이 (환율에)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트럼프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반면, 한국은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것이 투자자들 사이에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비중이 높고 수입 원자재 비중이 적은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자동차 및 차부품, 항공기, 선박, 기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가전, 기계 등의 피해가 큰 편이다. 다만 반도체는 독과점 경쟁우위에 있고, 조선은 헤징 비율이 높아 환 영향이 제한적이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석유, 목재·종이, 음식료품 등은 원가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 및 제품 품질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 전략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결제통화 및 생산거점 다변화 외에도 기업 내 전문가 배치 등 환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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