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공모 확대로 벤처 숨통…투자자 보호는 약화 우려
소액공모금액 10억서 30억원 확대
증권신고서 생략에 '깜깜이 증자' 우려
2026-07-23 11:24:48 2026-07-23 14:34:5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오는 28일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소액공모 한도가 기존 1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대폭 상향됩니다. 자금 조달에 목마른 중소·벤처기업들에는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지만, 일각에서는 부실 한계기업들의 생명 연장 수단으로 전락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돼 금융당국의 사전 심사를 거치지 않는 만큼, 부실 기업의 위험이 투자자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는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실제 개정 시행령 공포를 앞두고 기존 10억원 한도에 맞춰 '턱걸이 조달'에 나선 상장사들의 행보에서 우려 지점이 보입니다. 최근 각각 제3자배정 소액공모를 공시한 시선AI와 우성머티리얼스가 대표적입니다. 두 회사 모두 모집 총액을 정확히 9억9999만원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다수 기업들이 당국의 까다로운 정정 요구와 심사를 피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10억원 규제를 한도까지 끌어다 썼습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펀더멘털과 현재 직면한 시장 퇴출 리스크입니다. 2023년 5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시선AI는 지난 3년 새 주가가 70% 넘게 폭락했습니다. 작년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년째 적자 폭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날 장 시작 전 주가는 2400원대, 시가총액은 339억원 수준입니다.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는 면했지만, 내년 1월1일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퇴출 기준이 기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되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권이 아닙니다. 장중에는 주가가 2600원대까지 폭등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코스피에 상장된 우성머티리얼스는 더 위험선에 가깝습니다. 최근 3년 내 주가가 80% 이상 하락해 현재 2700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465억원으로,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코스피 시총 퇴출 기준인 500억원에 미달한 상태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으로 신설(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기준 미달 시 퇴출)하고 시가총액 기준을 조기 상향하는 등 시장 퇴출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한계기업들이 소액공모를 동아줄로 삼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소액공모를 통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주권 희석 우려를 낳음과 동시에 정보 비대칭을 초래합니다. 정식 투자설명서가 생략되다 보니,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주체의 실체나 자금의 구체적 용도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시선AI는 0%의 할인율로 법인(케이에스디파트너스)에 물량을 넘겼고, 우성머티리얼스는 최대 허용치인 10%의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 물량의 약 70%를 특정 개인에게 배정했습니다. 기존 주주들로서는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나 사적 자본의 개입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오는 28일 이후 소액공모 한도가 30억원으로 확대되면, 규제 회피를 위한 깜깜이 조달 규모 역시 세 배로 커질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벤처기업 자금 조달 원활화라는 긍정적 취지가 무색하게 퇴출 위기에 몰린 부실 상장사들의 연명 수단으로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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