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최근 지속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두손을 들자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관치금융이 KB·신한금융지주 등으로 확산될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개최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현 회장을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회추위에서 제외되고 박원구, 차은영 사외이사가 포함, 사외이사 7명 전원이 회추위원에 이름을 올린다.
또 하나금융은 사내이사인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리스크 관리 기능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이해상충의 우려사항을 해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선임의 객관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해 주주 또는 외부자문기관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받고 연차보고서에 추천 경로를 공시하기로 했다. 회추위는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경영승계 계획 및 회장 후보 선정절차를 개정하고 후보군 선정절차, 후보 추천 기준을 결의하기로 했다.
후계자 양성과 관련해서는 기존 임원 대상 지원 프로그램을 회장 후보군 위주로 개편·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외 유명 비즈니스 스쿨인 와튼스쿨, 홍콩 과학기술대학 등과 연계한 '하나 리더스 아카데미(Hana Leaders Academy) 글로벌 과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감사위원의 자격 요건 검증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후보추천 안건에 자격요건 검증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으며 성과평가 및 보상규준도 개정해 임원 성과 평가 시 비경상적 요인으로 인한 조정사항 및 재무평가 수치 검토 내용도 포함하기로 했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감독당국의 지배구조개선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해 객관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였고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조만간 새로 구성된 회추위를 수차례 개최해 회장 후보군을 압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시 회장을 배제할 것 등의 7개 사항을 하나금융에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내년 금융지주회사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검사를 예고한 상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각각 'KB사태', '신한사태' 등을 겪으며 CEO 경영승계 등과 관련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회장이 회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현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를 경우 회추위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차기 회장 예비후보군을 선정하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는 포함돼 있다.
신한금융 회장은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회추위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위원회에 모두 포함돼 있다.
내부 경영진(사내이사)의 이사회 활동폭을 얼마나 제한시킬지도 관심사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김정태 회장은 이사회운영위원회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만 활동하게 된다.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빠졌다.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비상임이사인 허인 국민은행장은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한금융 역시 조용병 회장이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운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사회책임경영위원회 등 8개 소위원회 중 4개 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신한금융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는 활동하고 있지 않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일부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체 금융지주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번에 나온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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