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뺑소니 4년간 면허 제한' 합헌 결정…"공익 중대"
"피해자 구호·경찰 신고, 도로교통법이 부과하는 기본적 의무"
2018-01-04 06:00:00 2018-01-04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교통사고 후 구호 조처나 신고 없이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4년간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도로교통법 82조 2항 4호에 대한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정한 기준에 따른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들을 같이 취급하는 자격제도의 특성상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일일이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일률적인 규율은 불가피하다"며 "도로교통법은 위법 행위의 내용에 따라 운전면허 결격 기간을 1년부터 5년까지 달리 규정함으로써 사안의 유형에 따른 특수성을 반영해 규정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또 "나아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필요한 조처와 신고를 하지 않은 행위는 필요적 면허취소 사유가 아니어서 면허정지가 가능하고,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할 수도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인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구호하고 경찰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도로교통법이 부과하는 기본적 의무"라며 "이러한 의무를 위반해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해 위험을 초래한 사람이 계속해서 교통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해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고, 예방적 효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이 조항의 공익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대상 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사익이 가볍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심판대상 조항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에는 그 제한되는 사익에 상응하는 정도 이상의 중대한 공익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은 직업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현대사회에서 자동차운전은 단순히 신속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모든 활동영역을 확장해 사회적 인간으로 기능하게 하는 필수불가결한 생활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심판대상 조항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불법의 정도와 공익 침해의 정도가 상당히 낮은 경우에도 획일적으로 4년간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바 이는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과 비교해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과중하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4년 9월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보행자와 충돌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게 했는데도 정차해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도주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고,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후 A씨는 2015년 11월 운전면허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하려고 했지만, 도로교통공단은 면허취소일부터 4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시원서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제4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6년 6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사진/헌법재판소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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