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박'으로 알려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지난 2014년 10월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러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최 의원은 강하게 부인했고,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는 일본 역사물에서나 나올 법한 극한 발언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최 의원을 기다리던 취재진 사이에서는 "동대구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최 의원의 발언에 정의당은 "혹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할복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최 의원이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신병을 확보하라"고 검찰에 촉구하기도 했다. 최 의원의 혐의는 재판에서 가려질 일이나, 다행히도 최 의원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구속 상태니 그럴 가능성도 없어졌다.
구속은 인권을 위해 최소한으로 행해져야 하는 수사 절차로 알고 있었지만, 3차례나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던 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었다. 4번째 통보 만에 검찰에 출석한 최 의원은 "억울함을 소명하겠다"고 말했고, 그런 최 의원에게 정말 경부선 KTX를 탈 것인지는 차마 묻지 못했다.
과거 여당 원내대표 시절 야당 대표에게 막말을 해대던 기개는 온데간데없고, 피의자 신분인 최 의원은 위축된 모습이었다. 지난 2014년 4월 국회에서 당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너나 잘 해"라고 외친 최 의원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황당한 나머지 아직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최 의원이 구속된 날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추가로 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매달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아 챙겨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또 다른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어 곧 20개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약 20일 이내 뒤따라 재판에 넘겨지는 최 의원은 그야말로 진실한 친박, '진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한 진박을 감별하겠다는 명목으로 청와대가 2016년 총선 전 진행한 여론조사에도 국정원 자금이 사용됐다. 이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당시 정무수석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과 이병호 국정원장도 수사를 받고 있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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