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국 조선에 대한 외국 선사들의 불안감이 끝내 현실로 이어졌다. 정부의 구조조정 결정을 앞두고, 한 외국 선사가 선박 건조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결정이 늦어질수록 외국 선사들의 국내 조선업계를 향한 불안감이 고조돼, 수주 활동에 제약이 될 전망이다.
4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그리스 선사 키클라데스(Kyklades Maritime Corporation)로부터 선박 건조 일정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해당 선박은 지난해 5월 계약한 11만5000DWT급 원유운반선 5척이다. 이에 당초 이달 4일 예정돼 있던 '스틸커팅' 행사도 미뤄졌다. 스틸커팅은 선박 설계 도면에 맞춰 철판을 자르며 건조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지난해 성동조선해양이 건조해 키클라데스에 인도한 15만8000DWT급 원유운반선. 사진/성동조선해양
키클라데스는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공정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업 구조조정 결정을 앞두고 있어, 결과를 보고 건조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회계법인 삼정KPMG는 이들 조선사에 대한 실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선사와 건조 일정 협의를 진행하고,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 인력에 대해 휴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초 마지막으로 건조한 선박을 인도한 뒤 일감 공백이 발생했다. 유일하게 남았던 키클라데스 원유운반선 건조마저 선사의 요청으로 지연되면서, 당분간 일감이 전무하다.
업계는 선사가 발주 계약을 맺은 선박에 대한 건조 일정을 연기한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가 건조에 돌입하기 전 일정을 미루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조선업 구조조정 결정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불안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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