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권력기관 개혁이 본격화되면서 재계 대관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로비스트 규정’이 타 부처로 확산돼 대정부 활동이 힘들어질 것이란 염려와 함께, 권력기관의 대대적 수술로 대관팀도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올해 1월1일부터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훈령)’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이른바 ‘김상조식 로비스트 규정’으로, 공정위 직원들은 대기업 관계자나 로펌, 퇴직자 등을 만날 경우 5일 이내 반드시 대화내용을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보고 대상 외부인의 경우 사전에 공정위가 분기마다 작성하는 명단에 등록해야 면담이 가능하다.
재계는 아직 시행 초기임에도 공정위를 출입하기가 상당히 껄끄러워졌다고 토로한다. 시행 초기인 만큼 대내외 시선도 있어 공정위 직원들은 아예 접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명단 등록과 서면 보고 등 까다로워진 절차도 부담이다. 한 대기업 대관팀 관계자는 15일 “공정위 명단에 등록은 해놨는데 새해 들어 아직 한 번도 찾아가진 못했다”며 “먼저 상대방 측에서 굳이 만나러 올 필요가 있겠느냐며 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혹여 공정위 조사 관련 분쟁 사례가 발생하면 그때는 막막해진다. 특히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기업 규제 현안들이 적지 않다. 앞서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의 자체 지배구조 개혁 시한을 지난해 연말로 제시, 데드라인도 지났다. 해당기업 입장에서는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등 지배구조로 칼날이 겨뤄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 게다가 김 위원장 스스로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을 공정위에 보고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돌리면서 내부를 단속했다.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부정적 반응이 일자 메시지를 철회했지만, 강력한 의지는 전달됐다. “제발 공정위만큼은 피했으면 한다"는 게 기업 대관팀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청와대는 14일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3대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조정하는 내용의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과거 적폐와의 단절과 청산을 위해 권력기관들을 상호 견제 체제로 돌리는 방안이다. 재계는 당장 대관팀의 업무분장을 새로 짜야 할 형편이다. 기존에 대관팀 접촉이 잦았던 검찰의 정보팀이 현 정부 들어 없어지는 등 기관 역할 분담이 바뀌면서 재계 대관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재계는 “대관이란 단어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대정부 소통이 막히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처음엔 굉장히 부담스럽고 불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투명해지는 순기능도 있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옛날엔 됐는데 지금은 안 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가야 할 방향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내부성찰도 없지 않았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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