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한화건설 김포 풍무 '꿈에그린 유로메트로'가 지난 4년간 임대한 아파트 임에도 실물을 공개하지 않고 모델하우스만을 보여주고 계약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아파트는 일반 분양아파트와는 달리 4년차 임대한 아파트를 분양 전환한 물량으로 실물을 미공개한다는 점에서 계약자는 물론 주변 부동산 조차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자보수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2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중고차를 사는데 새차만을 구경하고 산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한화 유로메트로는 천정 누수, 욕실 타일 파손, 스프링클러 오작동 등 하자가 지속되며 임차인들의 원성이 있어왔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꿈에그린 유로메트로 한 입주민은 "시공은 물론 분양을 책임지고 있는 한화건설은 그동안 하자를 무시하고 각종 민원에도 임대아파트라는 점을 내세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분양전환을 앞두고 하자보수에 돌입하는 태도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화건설은 평형에 따라 다르지만 3억 후반에서 4억원대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살집을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모델하우스 분양을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꿈에그린 유로메트로는 지난해 10월말부터 순차적으로 회사소유분에 대해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총 1810세대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1790여 세대가 해당된다.
지난 2014년 5월에 준공된 유로메트로는 2011년 당시 1810세대 가운데 10여 가구만 분양이 이뤄지면서 미분양이 쏟아지자 사측은 임대로 전환했다. 전세에 이어 반전세로 임대를 한차례 연장하면서 준공 만 4년을 앞두고 있다. 일반분양에 앞서 지난해 9월 임차인을 대상으로 분양에 나섰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 일반분양으로 넘겼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분양한 결과 20% 가량 계약이 이뤄졌다"며 "나머지 물량을 일반분양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꿈에 그린 유로메트로 견본주택에서 만난 한 분양대행사 직원은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기때문에 실제 집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화로 문의한 또 다른 대행사 직원 역시 "집을 직접 보여준 적은 없다"며 "임대이기 때문에 임차인이 나갈때 원상복구를 해서 모델하우스와 다를 바 없다"고 안심시켰다.
유로메트로는 입주 초기부터 하자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다만 주민 몇몇이 모여 입주자들의 서명을 받아 시청을 찾았지만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부실 시공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명에 참여한 입주민 이수경(가명)씨는 "거의 대부분이 임차인으로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보니 하자보수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며 "한화건설측은 보수에 늑장부리는 등 실망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말까지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하자 보수를 신청 받았다"며 "앞서 민원을 무시하다가 분양을 앞두고 뒤늦게 하자 보수에 나서는 모습이 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12월29일까지 전 세대를 대상으로 타일·벽 실금에 대한 하자 보수 신청을 받았다. 입주지원센터 관계자는 "일부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보수 신청을 받는 것"이라면서도 신청 세대수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10여명의 주민들은 부실 시공 의혹을 제기했다. 임대 4년차 입주민 김성태(가명)씨는 "현관 앞 복도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양동이로 물을 받아 왔다"며 "하자 보수를 요청했지만 3년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 분양이 이뤄지면서 보수공사가 진행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화건설이 분양 중인 김포 풍무 꿈에그린 유로메트로 단지 내 주차장 모습. 주차장 한 층에만 20여곳의 누수 흔적이 발견된다. 사진/임효정 기자
기자가 찾은 단지 내 지하 주차장에도 누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 주차장 한 층에서만 20여곳의 누수 흔적이 발견됐다. 입주민 이동환(가명)씨는 "비가 많이 온 날이면 주차장 천정에서 물이 떨어져 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들이 계속해서 하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고 그럼에도 충분히 보수가 되지 않았다면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일반적인 거래에서 집을 안 보고 사지는 않는다. 선분양일 경우에는 주택이 없기 때문에 카탈로그나 견본주택으로 보고 사지만 건물이 있음에도 안보여주겠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종모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역시 "물론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이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당연히 집을 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건설 관계자는 "하자가 들어올 경우 빠르게 보수를 해가고 있고 분양도 계획대로 잘 돼가고 있다"며 "집을 보기 원하는 분도 많지 않았고 임차인도 흔쾌히 집을 보여주지 않아 모델하우스를 통해 분양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시행사인 클라쎄빌은 지난 3년(2014년~2016년) 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한화건설은 지난해 9월말 기준 클라쎄빌의 채무 395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 입장에선 빠른 분양이 절실한 입장이라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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