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우리은행(000030)이 기관영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은행 간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과 수탁은행을 탈환한 우리은행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은행·환전소 사업자와 주택도시기금 간사 수탁은행 등을 차지하며 기관영업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남은 것은 서울시 금고로, 103년간 금고지기를 독점했던 우리은행이 여타 시중은행의 도전에서 수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을 고객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게 되는 이번 시금고 은행 입찰은 설명회와 제안서 접수, 심사 등을 거쳐 3월 경 최종 결정된다.
지자체 금고는 수조원의 자산 확보는 물론 공무원 등 고객 유입을 불러오는 부수효과가 있어 은행권에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특히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31조8000억원으로, 여타 지자체와 달리 단일금고로 운영되고 있어 기금과 출납업무 등의 측면에서 수익성도 크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용산구청 금고를 담당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작년 말 기관영업부문을 기관그룹으로 확대 신설하고 책임자도 부행장급으로 바꿨다.
지난해 6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우리은행에 내준 신한은행은 기관영업에서 더 이상 물러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 역시 서울시금고 유치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조직개편에서 기관영업부서를 기관영업본부로 확대한 국민은행은 기관영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 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서울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복수입찰이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서울시 금고 지기를 맡고 있는 우리은행은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입찰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1600여명의 금고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시 전산 수납센터를 구축해 시·구 세입금에 대한 일괄 정산 업무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연간 1억건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OCR(광학문자인식)센터와 금고업무 시스템전담부서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 금고 수납시스템을 전산화한 이후 29년간 단 한건의 사고나 고객정보가 유출된 일이 없었다”며 “만약 다른 은행이 시금고를 맡게 되면 금고시스템과 전산개발 등을 재구축해야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기관고객의 최다 주거래은행으로 효율적인 자금관리를 위한 시스템과 안정적인 금융서비스 제공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총 114개에 이르는 기관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 26일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150조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 업무를 수행할 간사 수탁은행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영업기반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난 27일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지속성장 기반 확보 ▲안정적인 수익 창출 ▲자산관리 역량 강화 ▲철저한 건전성 등을 올해 경영전략으로 제시하며 “인사, 영업, 문화 부문에서 혁신을 이루고 1등 종합금융그룹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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