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지난 2010년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당시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 주목할 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서 검사는 31일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는 제목의 입장 자료를 내고 "저에 대한 많은 기사와 이야기들이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나오고 있다. 부탁드린다. 장례식장 안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게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혼자만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 검사다.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저는 제 피해를 법적 절차에 따라 구제받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구제 요청을 하지 못했다"며 "이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피해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 성폭력범죄에 대한 편견 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 가져 주시기 부탁드린다"며 "더불어 저는 제 사건에서 언급된 분들에 대한 지나친 공격, 인격적 공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범한 엄마로, 공무원으로 살던 제게는 큰 결심이었다. 대중 앞에 서는 것도, 제 이름을 밝히는 것도, 제가 겪었던 일을 제 입으로 말하는 것도 말이다"며 "까마득한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많은 분의 공감, 응원 덕분에 저는 이제 여러분과 같은 세상 속에 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서울북부지검 근무 당시인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 참석했다가 당시 법무부 파견 중이던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며 자신은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국장은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도 "사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당시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사건과 관련해 당시부터 지금까지 서 검사와 통화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 사진/JTBC 화면 캡쳐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