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최저임금 인상이 한달여를 넘기며 유통·외식서비스 매장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도입돼 왔던 '무인결제시스템'이 보조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매장 내 무인기기의 첫 등장은 최근 몇년 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분야 등의 기술 혁신에 따른 '4차산업 혁명'의 흐름으로 여겨져 시내 중심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바 있다. 맥도날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동네 국수집, 커피전문점까지 정착화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맞물리면서 유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비춰지고 있지만 이는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이다. 이미 서울 합정동 등의 조그만 구멍가게도 월 임대료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등 자영업으로 수익을 남기기 힘든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최근 몇년 새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하자 무인결제시스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곳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편의점과 커피숍 등 유통·프랜차이즈 업계다. 시급 인상에 따라 알바 고용시장에 한파가 분 것은 물론, 실제 알바생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 외에도 무인기계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무인화' 매장 도입은 편의점업계가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매장을 찾은 손님이 고른 물건을 직접 계산하는 '비대면 결제' 시스템을 적용한 편의점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매장마다 상주해야 했던 직원 한두 명을 전자계산대가 대체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마트24 무인점포 매장. 사진/이마트
편의점 점주들은 아직 정착 초기 단계라 보완할 점이 있고, 결제를 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는 손님이 발생해도 CCTV를 통해 범인을 잡아야 하는 등 보안 문제가 있지만 인건비 상승 부담을 무인화 매장이 어느정도 해소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1)는 "상품 도난이나 제품 진열, 관리 문제가 어려운 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 임금 인상 등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마트24가 가장 적극적이다. 현재 직영점 4곳에 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주교대점은 24시간, 성수백영점·장안메트로점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주간에만 문을 여는 서울조선호텔점은 영업시간 내내 무인 점포로 운영 중이다. 매장 입구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대고 인증받은 뒤 안에 들어가 물건을 고른 후 셀프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식이다.
BGF리테일(282330)도 지난해 11월 자체 비대면 결제시스템 'CU 바이셀프'를 개발해 성남시 CU 판교웨일즈마켓점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앱을 켜고 스마트폰으로 구매할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계산할 수 있다.
CU 관계자는 "현재는 보조적 결제 수단에 불과하지만 향후에 스마트도어, 스마트 CCTV와 연계해 보안에도 문제없는 무인편의점을 실현하는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식 업체도 매장마다 무인기기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입 초기엔 피크 시간대를 대비해 주문을 효과적으로 받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지만, 최근엔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복안으로도 삼고 있다. 특히 초기 설치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빅3인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은 각각 600개(전체 매장의 50%), 190개(43%), 107개(33%) 매장에서 무인 주문대를 운영 중이다.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롯데리아 매장 내 무인 기기 주문율은 50%에 달해 직원 두 세명이 할 몫을 기계 1대가 하고 있는 셈"이라며 "연내 모든 직영점에 무인기기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미스사이공은 창업을 희망하는 점주들을 대상으로 '무인주문기'를 앞세워 인건비 절감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미스사이공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까지 맞물려 우리처럼 무인발권기와 셀프시스템을 통해 인건비 절감효과가 큰 경우 점주들의 호응이 많은 편"이라며 "다른 외식업계로도 이같은 시스템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인점포 기기를 공급하는 전문업체 에어포스 키오스크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외에도 최근 자영업자들로부터 무인기기 설치 주문이 많다"면서 "설치비가 400만원 정도 드는데 인건비 절감을 통해 두세 달이면 이 비용을 뽑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인화 바람으로 노동시장의 취약계층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맥도날드(왼쪽)와 미스사이공 매장에서 무인기기를 이용해 주문하는 고객들. 사진/김은별기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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