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무리한 운항 스케줄로 쓰러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승무원들의 비행시간이 업계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승무원들은 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휴무일 축소로 과로사고가 속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국 칭다오 노선에 투입된 에어부산 승무원 1명이 과로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직전인 이달 초에는 중국 하이난 노선에 투입된 승무원 1명이 과로로 쓰러지는 등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한달 반동안 6명이나 실신했다.
에어부산 승무원들은 인력부족에 따른 과로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회사가 항공기 도입 대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승무원 채용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승무원은 업무 특성상 주말과 공휴일에 쉴수 없기 때문에 통상 한 달에 8~10일 휴무일을 보장받는다. 에어부산도 휴무일을 최대 10일까지 인정해주다가 최근 2년 새 5~7일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비행시간은 오히려 길어졌다. 승무원 한 명당 한 달에 60~70시간이던 비행시간이 최근 20~30시간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시간은 항공기 문이 닫힐 때부터 열릴 때까지 계산되는 시간이다.
저비용 항공사 노선의 비행시간은 40분~6시간 안팎이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대형항공사 승무원보다 더 많이 비행을 뛰어야 90시간을 채울 수 있다. 비행 횟수에 비례해 늘어나는 운항 전후 준비시간까지 고려하면, 업무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게 승무원들의 전언이다.
에어부산 사측은 지난해 승무원들의 월 평균 비행시간이 73시간으로, 업계 평균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제주항공의 경우 개인차가 있지만 한달 평균 비행시간은 50~70시간, 휴무일은 8~10일 정도다. 에어부산의 한 승무원은 "1월에만 비행시간이 90시간 이상인 선후배들이 부지기수였다"며 "휴무없이 8일 내내 근무할 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구조적 인력난은 무리한 운항스케줄 강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잦은 밤비행 퀵턴(현지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대기하다가 바로 출발하는 비행)도 모자라 일부 노선 승무원들은 보장휴무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가 비행시간만 왕복 9시간이 소요되는 라오스 비엔티엔 노선이다. 이 구간은 승무원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출국을 담당하고, 나머지 팀은 귀국 임무를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다. 문제는 출국 담당팀이 퀵턴으로 국내에 복귀하더라도 휴무 없이 바로 비행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사측은 승무원들이 김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보지만, 승무원들은 밤 8시 김해공항 도착 후 다음날 오전 근무를 서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승무원의 피로 누적으로 자칫 승객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승무원들은 기내 안전점검과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에어부산의 인력부족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에어부산 사측은 인력난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피로 누적을 호소하는 직원들 상당 수가 서울 거주 승무원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출범 초기에 입사한 승무원들이 임신과 육아 휴직으로 빈자리가 생기면서 일시적으로 인력부족이 온 것"이라며 "올해는 예년의 두 배 규모인 60~7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 거주 직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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