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자금 유용' 김성호 전 원장, 검찰 출석…"관여한 적 없다"
특수활동비 2억 상납 지시 등 뇌물 혐의
2018-02-08 11:03:32 2018-02-08 11:07: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자금을 불법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 김성호 전 원장이 8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57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2억원을 제공한 것이 맞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특수활동비 문제에 관여한 적 없다", "검찰에서 상세히 말하겠다"고 대답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08년 4월과 5월 사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 예산관이 청와대 부근에서 만원권으로 2억원이 들어 있는 여행용 가방을 김 전 기획관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그 무렵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두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5일 김 전 기획관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 전 기획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근무하던 2010년 7월과 8월 사이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오만원권으로 1억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 2개를 건네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이란 김 전 기획관의 진술 등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기소하고,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판단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된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이게 제 입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 억대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는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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